카테고리 : THS Alternative
2008/11/26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6
2008/11/24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5
2008/11/21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4
2008/11/18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3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6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6


"소문이 하나 돌고 있소. 형제."
"어떤?"

알마아타 지하 모스크의 지도자인 이브게니 마라(Evgeny Mara)는 오늘도 비밀리에 찾아 온 이슬람 칼리프령의 비밀 무자헤딘 요원에게 넌지시 속삭였다.

"갑자기 니콜라이 베르코벤스키가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소. 그리고 크라코프(Eduard Mikhailovich Kharkov)도 KGB 요원들이 어디론가로 데리고 갔다고 하고."
"!"

무자헤딘 요원은 귀를 곤두세웠다.


2102.7.17 월요일
UTC 10:00, 카자흐 시간 15:00
카자흐스탄 알마아타의 어느 지하실


"사실입니까?"
"자르바예프의 성에서 비밀리에 시체같은 것이 나왔다는 말을 들은 직후부터 니콜라이가 정신&몸 관리국에 나타나지 않고 있소. 소문을 조합해서 내가 추측한 것에 불과하지만...... 자르바예프가 니콜라이를 죽인 것 같소."
"아시다시피 베르코벤스키는 자르바예프의 최측근입니다. 왜 자르바예프가 니콜라이를....?"
"그건 나도 모르겠소. 아마 크라코프처럼 실수를 저질러 눈 밖에 났을 가능성도 있고..... 하지만 뜬소문이긴 한데..... 자르바예프가 미쳤다는 말이 있소."
"예?"
"이미 알라의 심판을 받아 마땅한 자긴 하지만..... 지난번에 외국 비행기를 납치했을 때 어느 소년을 불러낸 것으로 알고 있소."
"그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호주 대기업 스타라인의 후계자 필립 카린스라는 청년이죠."

그 말에 신도 중 몇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말 뜬 소문 중에서도 뜬 소문이지만..... 자르바예프가 그 필립이라는 청년의 환상을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들었습니다. 자르바예프의 성에서 일하는 하녀들 사이에서 몰래 몰래 도는 말을 줏어 들은건데..... 환상을 보고 자르바예프가 하급 직원이나 경비병들을 죽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가요?"


* * *


"필립 카린스를 죽였어야 했어. 안 죽이니까 그 놈이 나에게 최면을 건거야! 분명히 날 말려 죽이기 위해! 안되겠어..... 러시아에게 경고해야해.... 그 놈은 악마야! 나를 죽이고 카자흐스탄을 멸망시킬 놈이 분명해...... 러시아도 알아줄거야..... 그놈은 위대한 러시아도 멸망시킬 놈이 분명해.... 나라뿐만이 아니라 러시아의 모든 위대한 문화를 다 사라지게 할 놈이야..... 분명해. 경고해야 해!"


* * *


"....."
"....."

마르코비치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는 카자흐 대사관에서 보내온 봉인 편지를 보곤 입을 다 물고 있었다.

"이 횡설수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각하가 생각하시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확실해. 이제 자르바예프는 완전히 미쳤어."

마르코비치 대통령은 그 말을 하곤 편지를 책상 위에 놓았다.

"이제 카자흐스탄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이제 저 미친 영감 대신 우리가 방패가 될 필요는 없어졌어. 자르바예프에게 돈 받은 인간들은 날뛸지 모르겠지만, 그놈들도 이제 현실을 알아야지. 그나저나....."
"어떤?"
"이 필립 카린스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자르바예프가 못 잡아 먹어서 난리인거야? 아무리 스타라인 인더스트리의 후계자이자 블랙위치의 제자라고 하지만....."
"지시해 놨기 때문에 FSB가 지금 심층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 외에 특별한 사항은 없습니다. CAA 국적이고, 소규모 물류 회사의 파일럿 출신..... 블랙위치처럼 범죄집단이나 정보기관같은 뒷세계와의 커넥션은 아예 없는 것이라고 봐도 됩니다. 블랙위치의 제자니 그쪽 사람들과 만났을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돈만 많다 뿐이지 정말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청년입니다."


* * *


"자르바예프가 마르코비치에게 횡설수설을 보내왔다고 하더군."
"그래? 어떤 내용인데? MI-6는 알아냈어?"
"횡설수설이라고만 알고 있어. 그쪽 에이전트들은 아직 못 구했어?"
"아직까지 우리도 못 구했어. 갑자기 크레믈린의 보안이 강화되었거든. 운신은 하고 있지만 정보를 얻는 것은 지금 조금 어려워."
"우리도 마찬가지야. 마르코비치 대통령이 뭔가를 꾸민다는 것은 확실한데..... 아직 확인은 되지 못했지만 러시아 국경경비대가 카자흐 국경에 대한 검문 검색 및 출입국 관리를 강화한다는 정보는 들어왔어. 자파 의원들을 움직여서 카자흐스탄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려 하는 것은 확실해졌고."
"아무래도 마르코비치가 자르바예프와의 인연을 끊으려 하는 것은 확실하네."
"우리 MI-6하고 NSA도 같은 판단을 내렸어."


* * *


"미안하지만, 돌아가십시오."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2102.7.19 수요일
UTC 10:00, 카자흐 시간 15:00
카자흐스탄-러시아 국경

카자흐스탄 여권을 보고 짐을 검사하던 러시아 국경경비대 대원이 한 남자의 짐을 보더니 입국 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런 반입 금지 품목을 많이 가지고 오는 것은 불법인거 모르셨소? 이번은 그저 입국 불가만 내리는 것이니 당장 구치소에 쳐 넣기 전에 돌아가시오."
"지난번에는 봐 줬지 않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입국자에 대한 경계 강화가 내려진 상태요. 당장 돌아가시오!"
"아니.... 지금.... 이거... 좀 봐주면 안되겠소?"

남자가 슬쩍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본 대원은 소리를 쳤다.

".....이반 하사!"
"네! 상사님."
"당장 이 놈 집어 넣어. 불법 물품 반입에 경비대원 매수 혐의다."
"예. 상사님."
"아...아니!"

이 불쌍한 카자흐 러시아인의 실수는 지금 국경경비대 전역에 '매수 행위자 적발시 포상금'이 주어진다는 공문이 뿌려져 있는 것을 몰랐던 것이 유일한 실수였다.


* * *


"트럭이 옵니다!"

경비를 서고 있던 카자흐 해방군의 병사가 알렸고, 모두가 그 소리에 경계 태세를 취했다.

곧 트럭들이 기지 앞에 멈춰섰고 총을 겨눈채 경비병이 소리쳤다.

"암호를 말하라!"
"예프게니의 달!"
"들어와라!"

경비병들이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트럭들은 폭스하운드가 카자흐 해방군을 훈련시키고 있는 기지로 들어왔다.

2102.7.19 수요일
UTC 13:00, 카자흐 시간 18:00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국경지대

"오늘 비번인 병사들은 모두 집결하도록! 무기가 왔다!"
"예!"

그 소리에 모든 병사들이 달려나왔다. 변변치 못한 중국제 무기로 막강한 자르바예프의 군대와 싸워 버티던 그들에게 품질 좋은 무기들이 온다는 소식은 정말 꿈에 그리던 것이었다.

안전을 위해 몇 군데의 훈련장을 만들어 해방군들을 분산시킨 폭스하운드는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정말 맹렬히 해방군들을 굴리고 있었고, 폭스하운드가 해방군을 훈련시키기 시작하자 숨어 있던 해방군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규모도 갖춰진 그들은 이제 제대로 된 군대의 형태를 가지기 시작했다.

"컨테이너를 열어라!"

용병의 지시에 해방군들이 컨테이너를 열었고, 리모콘을 조작하자 전기 모터음과 함께 안에 있던 물건들이 깨어나 스스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오오....."

마치 마른 거미같이 생긴 사이버쉘 로봇들이 컨테이너에서 나오고 있었다. 모두 등에는 로켓포나 기관총 같은 무기들이 달려 있었다. 자르바예프의 군대와 싸울 때 가장 두려웠던 무기가 바로 감정 없는 중화기를 단 전투 로봇. 그것이 나타나면 모두 숨기 바쁜 것이 현실이었지만..... 이제 그들도 전투 로봇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모두가 감탄하자 스네이크가 컨테이너 위에서 소리쳤다.

"여러분의 투쟁에 감명깊은 한 EU 거부가 당신들에게 보내온 선물이다! 본격적인 전투용은 아니지만 이제 카자흐 해방군도 이제 로봇 병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모두 카자흐 해방의 그날까지 싸우자!"

그 소리에 답이라도 하듯이 해방군들이 외쳤다.

"카자흐스탄 만세! 자르바예프를 지옥으로!"
"우리의 형제들을 해방시키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카자흐를 해방하자!!!"


* * *


"아아아악!!!!"

한 때는 카리스마로 카자흐스탄 경제를 구했던 카자흐스탄의 경공업 재벌, 에두아르드 크라코프(Eduard Mikhailovich Kharkov)는 연신 고문대에 앉아 피 투성이가 되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창 너머로 자르바예프가 바라보고 있었다.

"더 세게 해라!!"
"아악!!!!!"

자르바예프는 분노에 찬 얼굴로 더 심한 고문을 가하도록 명령했고, 고문 기술자들은 냉혹하게 크라코프의 몸을 갈갈이 찢기 시작했다.

"이 배신자! 감히 필립 카린스를 도망시켜?!"
"무....무슨말인거요!"
"네 놈의 반역죄는 이미 증명되었다! 네 놈이 정신을 못차렸구나!"
"그게.... 아아아악!!!!"

크라코프의 몸으로 엄청난 전류가 흘러들어갔고, 크라코프는 눈을 뒤집고 거품을 내 뿜으며 혼절했다.

".....기절했습니다!"
"깨워라!"

촤악!!!

차가운 물이 쏟아지자 크라코프가 정신을 차렸다.

"....나....난.... 필립 카린스가 누군지도 모르오..... 무슨 말을 하는....."
"! 저 반역자가! 너에겐 더 이상 무덤도 필요 없다!"

이미 자르바예프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르바예프의 상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니콜라이 베르코벤스키가 Dr. Hans와 함께 자르바예프의 경호 무기의 밥이 된 이후 자르바예프의 몸을 버티게 해 주는 사이버네틱 인공 장기들은 그나마 니콜라이의 부하들이 점검 할 수 있지만 자르바예프의 정신 세계를 고칠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오늘 내가 그 필립인가 뭔가 하는 놈으로 보이지만 말아라!'만 생각하고 있을 뿐.

에두아르드를 '필립 카린스를 도망가게 한 놈'으로 믿고 있는 분노에 찬 자르바예프가 명령했다.

"저 놈을 당장 불구덩이로 밀어 넣고 그 재는 돼지 우리에 뿌려라!!!"
"!!!!"


* * *


"진짜 덥네. 프로랑스 모듈이 이 날씨면 하와이 모듈은 도대체 기온이 얼마인거야?"
[여기 기온이요? 어디보자.....지금 여기 기온은 35도네요.]
"으아~~~. 무지 덥네."

2102.7.30 일요일
UTC 13:00, 카자흐 시간 18:00
아일랜디아 카린스 저택

아일랜디아도 여름이 찾아왔다.
아이돌마스터는 '여름 노래'만 담은 5집 앨범을 내 버렸고, 대형 마트에선 잘 익은 수박이 들어오자마자 신나게 팔리고 있고, 우주의 냉기를 그대로 이용하는 무중력 아이스크림 공장들은 철야 근무중.

필립 카린스도 수영복 차림으로 뒤뜰에서 잘 쓰지도 않던 야외 수영장에 물을 채우곤 발을 담그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현재는 레너드 테스타로사와 통화중.

"혹시 시간 있으면 놀러와. 여기 시원한 수영장 하나 만들어 놨으니까."
[저도 가고는 싶어요. 하지만 저나 텟사 모두 갑자기 일이 밀렸어요. 아시죠? 한국 우주군에서 전투함 3대 주문한거.]
"그거 우리가 계약한 거니까 당연히 알지."
[그거 설계해 주느라 지금 밤샘중이에요.]
".....갑자기 미안해지네. 그거 우리 총무부에서 중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건데..... 하여간 일 끝나면 놀러와.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네. 이만 끊어요.]

통화를 마치고 필립은 머리 위를 보았다.
구름 너머로 머리 위에 있는 거주 지역들이 들어왔다. 원통형 구조인 아일랜디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하늘이었다.

"아일랜디아 건설 초기엔 하와이 모듈만이 거주 지역으로 선택되었다지..... 거기에서만 살라고 했으면 난 정말 죽었을거야....."
".....그래도 여긴 습기는 없다잖아요."

하얀 수영복을 입고 밀짚 모자에 손에는 프루츠 쥬스를 물고 있는 하기와라 유키호가 필립 옆으로 슬쩍 다가왔다. 앨범 녹음 마치고 현재는 잠시 오프 상태. 이번 앨범은 로리 트리오(야요이-이오리-아미/마미)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유키호의 녹음은 많지는 않았다.

"그런가?"
"우리 아버지가 말씀하셨는데, 일본 본토는 여름이면 무지 습하데요. 매일 목욕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여긴 그에 비해선 좋은 편이래요."
"그래서 일본이 그렇게 목욕 문화가 발달한 건가?"

그렇게 생각한 필립은 그대로 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빨간 비키니를 입고 있는 켈리가 아일랜디아 와서 배운 평영으로 발을 담그고 있는 유키호에게 말을 했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세레스 시티는 이렇게 덥지 않고 서늘했지. 얼음과 돌을 파서 만든 곳이라 온도가 낮아야 터널 밖에 있는 암석과 얼음이 무너지지 않거든. 그래서 항상 라디에이터로 열을 뽑아 냈으니....."
"그렇군요....."

"근데 난 항상 궁금한게 있어."
"뭔데요?"
"코하쿠, 히스이? 안 더워요?"
"더워보이세요?"
"응."

정원 파라솔 아래 앉아 있는 두 메이드장, 그리고 오늘은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 히카리에게 켈리가 물었다. 항상 코하쿠는 붉은 기모노를 입고 있고, 히스이를 비롯한 다른 메이드들은 항상 갈색 메이드 복 차림이니.....

"일단 저희는 바이오로이드니까 그런 기온 변화에는 둔감한 것도 있고....."
"그리고 자세히 보시면 이 옷들 모두 여름 옷이에요. 소재가 모두 여름 더위를 막아주는 옷이거든요."
"아..... 그런건가?"


"푸아~~~"

오랜만에 부력이 만드는 무중량을 체험한 필립은 물 밖으로 나오자 마자 집 밖에 서 있는 나무, 특히 그 사이를 보게 되었다. 그리곤....

".....불쌍하다. 히카리! 코하쿠!"
"네! 주인님."
"저 나무 위에 있는 정보부 요원들에게 시원한 쥬스라도 가져다 줘요. 이 더운데 나 감시 하느라 고생 많네."

후두둑!!

나무 위에서 뭔가 떨어졌다.


* * *


".....스탈린슈카의 정신을 완전히 박살낸 장본인은 지금 약혼자들과 같이 집에서 뒹굴고 있다라..... 웃기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 이거 웃어야 하는지 안 웃어야 하는지....."

2102.7.30 일요일
UTC 14:50, 워싱턴 시간 9:50
워싱턴DC 백악관

갑자기 카린스 저택은 전 세계의 정보기관들이 집중 마크하는 곳이 되어 있었다. 필립과 카린스가의 거주자 모두 가는 곳마다 보이지 않는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히 크리스도 알고 있지만 '보거나 말거나...'였고.

이유?

두말할 것도 없이 자르바예프때문이었다.

자르바예프가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경고 편지는 다행히(?) 아델레이드가 에이전트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고 - 크리스 생각으론 '일부러' 넘긴 듯 하다지만 - 그 편지는 MI-6를 통해 카자흐스탄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는 각국 정보기관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잭 라이언 대통령과 마크 오바마 국무장관의 손에도 들어가게 된거고.

"100여년간 굳건하게 유지된 자르바예프의 정신 세계를 이렇게 가볍게 무너트리다니..... 참 신기한 소년이라니까."
"그러게나 말입니다. 분명히 손 하나 까닥 안 한 것이 MI-6의 조사 보고서에 나와 있는데도 말입니다."

장신의 흑인 국무장관인 마크는 책상에 걸터 앉은 잭에게 대답했다. 100여년 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바락 후세인 오바마의 친척의 후손인 마크는 그 성실함에 잭 라이언 대통령에게 발탁된 국무장관이었다.

"현재 자르바예프의 상태는 어떠한 것 같은가?"
"음.... 자세한 정보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지만 EU측 정보에 따르면 최측근이었던 니콜라이 베르코벤스키는 살해 당한 것 같고, 충신이었던 에두아르도 크라코프는 사라졌고....."
"권력 내부 투쟁의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저희측 심리학자들은 그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편지의 문구분석을 한 심리학자들이 모두 '정신의 황폐화'를 지적하고 있죠. 간단히 말해 연쇄살인범의 정신 상태를 보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NSA 국장 빌 라이스가 라이언 대통령의 질문에 대답했다.

"확실한지 아닌지는 내가 심리학자로 자르바예프를 검사해 보지 않는 이상 모르겠지. 그러면 자르바예프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하려는 것일까?"
"제일 먼저 '적'의 제거를 하고 싶으시겠죠. 아일랜디아로 암살자를 보내던가 해서."
"..... 그럴수도 있겠군. 하지만 그런 일이 터지면 블랙위치가 가만히 있지 않겠지. 거기에 지금 주요 국가 정보기관들이 필사적으로 감시하는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죽일 수 있을까? 감시라고 하지만 어떻게 된게 우리가 그 필립 카린스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소년이라니까."
"정식 보고서엔 안 나왔지만..... NSA, MI-6, ASIS(Australian Secret Intelligence Service, 오스트레일리아 정보부)..... 그러니까 자기를 감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쥬스까지 돌렸다고 하더군요. 요원들 모두 쭈뼛쭈볏 마셨지만....."
"^^;;; 아, 그러면 필립 카린스의 암살이 어렵다면 그 다음은 뭘까?"
"마르코비치 대통령에 대해 앙갚음을 하고 싶을 겁니다. 최대의 후원자이자 방패였던 러시아가 이제 그 역할을 포기하려 하는 것 같으니 배신감을 느끼겠죠."
".....어떻게 되었던 간에 마르코비치가 조금은 위험해지겠군. 경고는 했는가?"
"물론입니다. 하지만 FSB도 바보는 아니더군요."


* * *


"카자흐의 개들이 아일랜디아에 잠입하려 한다고?"
[예. 그런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심각하군."

2102.8.2 수요일
UTC 14:50
로투스필드 재단 이사장실.

"....."

면전에서 이런 소리를 듣자 필립은 그저 할 말을 잃어 버렸다.

"필립에 대한 감시 또는..... 이런. 알겠다. 필립을 1급 지정 대상으로 하겠어. 가용한 모든 에이전트 전부 동원해서 자르바예프에 대한 정보 수집 및 필립에 대한 보호를 시작하도록."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크리스는 무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필립, 미안한데 너 한동안 은둔 좀 해야 할 것 같다."
"은둔이요?"
"그래. 그동안 이야기는 안 했는데....."

크리스는 서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이건 자르바예프가 러시아 마르코비치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야. 우리 에이전트가 입수한 거지."
".....???!!!!"

필립은 러시아어를 번역한 영어 문구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자르바예프가 널 그냥 살려 보낸 것을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아.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카자흐스탄에 잠입한 EU나 이슬람 칼리프령의 정보요원들도 밝혀내진 못했지만."
".....그럼."
"넌 지금 적대적인 세력에 의한 감시 및 암살 예비 대상자가 되어 있는 거야. 지금은 네 집 주변에 있는 정보기관 요원들이 감시를 하고 있기에 접근하기 힘들겠지만, 언제 자르바예프가 보낸 암살자가 널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지."
".....맙소사."

필립도 크리스처럼 '대인배짓'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크리스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 자신에 대한 암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말에 필립은 하얗게 질려 버렸다.

"일단 왠만하면 외출 삼가라고 해. 하기와라양하고 미우라양은 내가 손을 써 줄테니까. 그리고 너는....."

잠시 뭔가 생각을 하는 듯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던 크리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이 참에 공부나 해라."
"네?"
"어느정도 사회 생활을 하려면 안 먹어도 되지만 대학물 정도는 먹어야 하는데..... 여건이 좀 나쁘네. 대학은 널 보호하기엔 좋지 못하고..... 방송통신 대학이나 다녀야 하겠네."
"하긴 저도 누가 '대학 다닐 생각 있나요?' 라는 말에 말문이 막혔었죠."
"중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능력이 된다는 뜻이니까. 일단 휴직계 내고 아일랜디아 방송 통신 대학에 등록해. 휴직계 통과는 내가 처리해 줄 거고..... 그리고....."
"그리고.....?"

크리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필립에겐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가정교사 하나 붙여 줄 테니까 열심히 공부하라고."
"가정교사요?"


* * *


"연 박사 있냐?!"
"미스 연이요?! 지금 잠시 나갔습니다!"

2102.8.3 목요일
UTC 10:50
로투스필드 아일랜디아 연구소 양자물리 연구실

실험실 기계가 내뿜는 소음에 크리스는 귀를 막고 연구자에게 외쳤고, 귀에 귀마개를 한 연구자도 소리를 쳤다.

"도저히 이야기 못하겠네! 나가자!"
"지금 이거 장비 작동하느라 나갈 수가 없어요!"
"알겠어!"

결국 소음을 못 이긴 크리스가 밖으로 나가고야 말았다.

"이런데서 진짜 초대통합 이론을 연구한다는 것이 진짜 신기해, 정신 사나워서 이거 공식이라도 제대로 만들겠어?"

아부드수 살람(Abdus Salam ,1926~1996) 이후 무슬림 물리학자로는 최고의 천재였다는 천재 물리학자 아리파 알리(Arifa Ali) 박사가 2059년 초대통합 이론(Grand Unified Theory, 'Theory of Everything')을 성공적으로 풀어내는데 성공해 206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후 모든 중력-양자 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천재란 천재들은 이 초대통합 이론을 '써먹어' 보려고 근 40여년간 연구중에 있었고 그래도 많은 진전을 보고 있었다.

아리파 박사의 공식을 아인슈타인의 공식과 같이 풀면 무려 '초공간 통로'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SF에서 말하는 바로 그 '웜홀 게이트'가.

"어? 이사장님 오셨나요?"

그렇게 궁시렁 대고 있는데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위를 돌아보니 필립 또래의 한 소녀가 손에 커피잔을 들고 서 있었다.

"오랜만이야, 아린아. 잘 지냈어?"
"네.... 뭐....."

연아린(連芽麟).

필립과 동갑인 18세 청소년이지만 전자공학과 물리학이라는 박사 학위가 2개나 있는 이 천재 물리학자 소녀는 크리스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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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브공군 | 2008/11/26 09:52 | THS Alternative | 트랙백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5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5


전기 신호로 만들어진 코드가 들어오자 주어진 규칙에 따라 마이크로칩 안의 특수 트랜지스터들이 코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코드의 헤더(Header)를 읽고 '안전한 코드'로 인식한 트랜지스터들은 코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고 메모리 속의 데이터를 분석해 하나의 코드를 꺼냈다.

메모리 데이터와 코드가 합쳐지자 새로운 코드가 만들어졌고, 곧바로 그 코드는 다른 메모리에 저장되었고, 일부 코드는 하드웨어 제어 코드와 결합되었다.

그 과정에서 일부 하드웨어 코드가 변경되었다.


* * *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가? 난 아무런 이상도 없는데?"
"?"

니콜라이 베코벤스키와 Dr. HANS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 자르바예프를 보고 의문을 띄우고 있었다.

2102.5.28 일요일
UTC 1:50, 카자흐시간 7:50
카자흐스탄 알마아타 대통령궁

"어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어젠 하루종일 나에 대한 검진이 있었지 않은가? 점점 내 몸을 견디게 해 주는 장비들이 낡아가는 것 같군. 얼마나 기다려야 프랑스에서 부품들이 오는 건가? 난 그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만..... 정말 어제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모르시는 겁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가?"

주저주저하던 니콜라이는 결국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셨습니다."
"....난 도저히 생각이 안 나는데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이런..... 도대체 어떻게 된건가?!"
"죄송합니다. 제가 수면제 양을 잘못 계산한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나 되는 건가!"

자르바예프는 책상을 탁 치곤 니콜라이에게 화를 냈다.

"....죄송합니다."
"흠.... 하긴 니콜라이 자네도 나이를 먹었으니 실수 할 수도 있지. 이번만은 봐주겠다. 나가 봐."
"감사합니다. 곧 정밀 검사를 해 드리겠습니다."
"정밀검사? 내 몸은 내가 더 잘 안다. 지금은 괜찮다."
"하지만."
"괜찮으니까 나가봐."
".....네."

진땀을 흘린 니콜라이는 자르바예프에게 고개를 연신 숙이곤 밖으로 나갔다.

".....도대체가 제대로 된 놈들이 하나 없어."

투덜대던 자르바예프는 일단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기로 했다.

손을 뻗어 물을 마시려 하는 순간.

"?!"

자르바예프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어떻게 네가 여기 있는거냐?!"

필립이 방 한 구석에 서 있었다. 필립은 그저 차가운 눈으로 자르바예프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당장 나가라!"
"....."

필립은 침묵을 지킨 채 자르바예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거냐!"
"....."

화가 난 자르바예프는 가지고 있는 호출 버튼을 눌렀다.

"부르셨습니까?!"
"당장 이 방에서 저 놈을 쫓아내라!"
"네?"

경비병들은 당황해 하고 있었다. 분명히 자르바예프 혼자 뿐인데 누굴 쫓아내라는 것이란 말인가?

"누구 말입니까?"
"안 보이냐! 저 구석에....?"

고개를 돌린 자르바예프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방금 전 까지 서 있던 필립은 온데 간데 없고 그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
"....."
".....나가라."

거북한 침묵이 이어졌고 자르바예프는 화가 난 표정으로 경비병들을 내 보내었다.


* * *


".....어제 조지 왕자를 그렇게 만들었는데..... 괜찮을까요?"
"사기친 것도 아니고 주사위 굴려서 그렇게 된건데 원한 품겠냐? .....근데 진짜 불쌍해 보이긴 하더라. 어떻게 3번이나 네가 가진 비싼 땅에 걸린 결과로 파산하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가는데..... 아마 다시는 그 게임 하지도 못할 것 같더라. 트라우마(Trauma)걸려서."
"....."

Prince of Wales에게 트라우마를 걸 정도의 쇼크를 줘 버렸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어버린 필립이었다.

"그나저나 왠지 을씨년스러운데요."
"워낙 많은 유명인사들이 갇혔었고, 생을 마감한 곳이니까."

2102.5.28 일요일
UTC 9:50, 카자흐시간 15:50
영국 런던, 런던 탑(Tower of London).

1078년 정복왕 윌리엄이 세운 이래 수천명의 죄수들이 갇혔었고, 그 중에는 유명인사도 있었으며 심지어 '여왕'이었던 사람도 여기 갇혔다가 처형 당해 생을 마감한 장소.

"일단 비쳄 타워(Beauchamp Tower)부터 가 볼까? '9일의 여왕' 제인 그레이(Jane Grey, 1536/1537 ~ 1554)가 있던 곳인데....."
"네. 근데 왜 이리....."

필립이 풀밭을 보고 있었다. 풀밭에는....

"....까마귀가 많죠? 그리고 날 쫓아오네?"
"그 유명한 '런던탑의 까마귀(Ravens of The Tower)'들이구나. 항상 6마리는 탑 안에서 살고 있지. 수백년 묵은 어르신들이 널 좋아하나 보네."
"수백년이요?"
"당연히 전설이지. 런던탑의 까마귀는 런던탑을 떠도는 영혼들의 말동무가 되어 수백년을 산다는 전설이 있거든. "
"그렇군요."

주변을 둘러보던 필립이 탑 위에 몰려 앉은 까마귀를 찍으려고 들고 있던 DSLR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잘 찍혔는지 봤는데....

.....

"어? 이게 누구지?"

방금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까마귀 옆에 소년 둘이 V자 사인을 그리면서 서 있었다?

".....이런."

사진을 본 크리스가 한 숨을 내 쉬었다.

".....이 양반들은 22세기가 되니까 탑 안이 아닌 탑 밖까지 돌아다니는 건가....."
"에?"
"에드워드 5세 (Edward V of England (1470 ~1483?)와 1대 요크 공작 리차드(Richard of Shrewsbury, 1st Duke of York, 1473~1483?). 장미 전쟁(Wars of the Roses, 1455~1487)에서 희생된 왕자들이지. 그 숙부였던 리처드 3세가 이 들을 죽였다고 알려지고 있고..... 셰익스피어가 리처드 3세를 쓴 것은 유명하지."
"잠깐, 장미전쟁?"
"그래. 15세기."
"......."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유령 사진이란 말입니까아아!!!!!!!!!!!!!!!!!!!!!!!!!!!!"

 

"뭐, 여기 유령 나오는 거야 유명하니까. 이 비쳄 타워에 있는 이곳 제인 그레이의 감옥에서도 제인 그레이가 자기 남편과 같이 걸어다닌다지?"
"......"

쇼크를 받고 얼굴이 헬쓱해진 상태에서 크리스가 필립이 들고 있던 카메라를 들었다.

"일단 서 봐라. 사진 한 번 찍어 줄께."

그렇게 모두가 제인 그레이의 감옥 앞에 서서 포즈를 취했고....

"하나.... 둘....."

찰칵.

크리스가 사진을 찍었고, 확인을 위해 크리스도 재생 버튼을 눌러 방금 찍은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

".....? 호오~~~ 잘 찍혔는데."
"그래요?"

크리스가 카메라를 넘겨주자 필립은 자기도 보고 싶어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 이게 뭐가 잘 찍힌 겁니까!!!!!!!!!"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며 소리를 쳤다.

"뭐, 미소녀 여왕님하고 같이 찍는 영광이 또 있냐?"

.....


사진에는 필립 뒤에서 씨익 웃고 있는 제인 그레이가 찍혀 있었다....


* * *


"다시는 거기 가고 싶지 않더라....."

그렇게 자서전 작가에게 말한 필립은 한 숨을 쉬며 책꽃이 한 구석에 꽃힌 '사진 앨범 - 미스터리 사진류 -'를 바라 봤다.


* * *


"나의 조국 영국을 둘러본 느낌이 어때?"
"뭐라고 해야 할까.... 전통이 살아있는 나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영국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니까. 하지만 점점 변화하고 있지. 우리 영국도 바꿔야 하는 것은 바꾸고 있다고. 대도시의 거리를 조금만 돌아다녀도 쉽게 개조인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영국이니까."

2102.6.3 토요일
UTC 9:50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일주일 동안 영국 전역을 실컷 돌아다녔던 필립 일행도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다.원래 크리스의 목적이었던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영연방 분자생물학 학회는 크리스가 카자흐스탄에 갇혀 있는 동안에 끝나버렸고, 결국 크리스는 필립 데리고 영국 전역 쏘다니고,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스타라인 공장도 가보고, 하드리아누스 성벽과 바스의 로마 온천 유적도 가보고.....

그동안 같이 다니게 된 페르슈와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들'도 처음에는 페르슈에 대해 약간 경계(?)를 했지만 그래도 여자들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절반은 공무, 절반은 여행으로 일주일을 보냈고 이제 집에 가야 할 시간.
월요일에는 다시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서두르고 있었다.

"박사님은 언제 오실 거죠?"
"난 아델린 인베스터에 할 일이 좀 남아 있어서 아마.... 열흘 정도는 더 영국에 남아 있어야 할 거야. 파리하고 베를린에도 가 볼 일이 있고."
"예....."
"그럼 아일랜디아에서 보자."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그때 뵈요~~~~."

페르슈가 손을 흔들었고, 크리스와 페르슈는 공항을 빠져 나갔다.

"자, 집에 가 볼까?"
"히스이가 담근 야채 절임이 다 익었다는데.... 얼마나 맛있을까?"


* * *


2102.6.28 토요일
UTC 9:50, 모스크바시간 12:50
러시아 모스크바

이제 여름으로 완전히 접어드는 시기라 모스크바는 더웠다. 러시아 = 동토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대륙성 기후인 모스크바는 겨울은 맹렬히 춥고, 여름은 무지 더운 곳이었다.

그렇게 더운 모스크바의 한 거리에 택시가 멈춰섰고, 그 안에선 평범한 양복을 입은 검은 꽁지머리의 남자가 내렸다.

"잔돈은 가져요."

택시에서 내린 남자는 곧바로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자카로프 공업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으로 들어갔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사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약속은 하셨나요?"
"그냥 미스터 블루리버가 왔다고 하면 아실 겁니다."

그 말에 접수 직원이 뜨끔하는 표정을 지으며 전화기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이 사람은 무조건 사무실로 모시라는 엄명이 떨어진 바로 그 사람이었기에.

"사장님. 미스터 블루리버께서 오셨습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비서가 남자에게로 왔다.

"이쪽으로 오시죠. 미스터 블루리버."

블루리버라는 남자는 곧 안내를 받아 사장실로 향했다.

"어서오십시오. 미스터 블루리버."
"안녕하셨습니까? 그레고리 사장님."

블루리버는 편안하게 소파에 앉았고, 이반 그레고리 사장은 조금은 불안하게 자리에 앉았다.

"1차분 선적이 다 되었다고 하시길래 찾아왔습니다."
"예..... 지금 포장이 다 되어서 창고에 쌓여 있습니다. 여기 서류가...."

서류를 넘겨 본 블루리버는 고개를 끄덕이곤 품에서 카드 하나를 꺼냈다. 모스크바에도 지점이 있는 어느 외국계 은행의 통장 카드였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기 1차분의 마지막 지불해야 하는 돈이 여기 들어 있습니다."
"예....."

카드를 받은 이반 사장은 주머니에 잘 집어 넣었다.

"그리고 2차분은 언제 완성되는지?"
"지금 서두르고 있습니다. 많은 지원을 해 주시는지라..... 일단 2차분은....."

레시언 블루리버.
크리스의 부하이자 러시아에 있는 아델레이드 가의 에이전트 중 상위에 해당하는 그는 이반 사장의 설명을 유심히 들었다.


* * *


2102.6.28 토요일
UTC 8:50
아일랜디아 우주공항

"여기입니다~~~."

필립이 손을 흔들었고, 카트에 짐을 싣고 나오는 네 사람이 손을 역시 흔들었다.

"그동안 별고 없으셨죠?"
"별일 있겠니? 그저 우리야 꽃 팔고 전자제품 팔면 그만인걸."
"필립 오빠 오랜만~~~~."

유리카의 부모이자 전자제품 상점 주인인 루이즈 그리세느와 안젤라 그리세느, 켈리의 부모이자 코러스 타운의 꽃집 주인인 타티아나 크리칼레프와 로즈마리 제임슨, 그리고 켈리의 동생 세레나가 정말 오랜만에 아일랜디아에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바로 필립의 약혼식.
거의 부부처럼 지내온 필립과 유리카&켈리였지만 미성년자라 결혼이 아직 안되고 있던 필립은 18세가 된 올해 초에 정식으로 유리카와 켈리에게 '청혼'을 했다.

물론 대답은 "기다리고 있었어!"였다.


크리스에게 이야기 했을 때엔 "잘 해 봐라." 라고 간단하게 끝내고 말았다.
근데 다음날 어느 바에서 혼자서 스카치 위스키를 데킬라와 섞어서 병째로 마시는 크리스를 봤다는 어느 직원의 말에 필립은 괜히 뜨끔 했다.

....크리스도 부정할 수 없는 48살 노처녀다.


그리고 케레스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유리카와 켈리의 부모님에게도 금방 허락받았다. 태양계 유수의 다국적 대기업의 후계자가 자신들의 '사위'지만 두 사람의 부모님 모두 조용히 살고 있었다. 한 때는 기자들이 조금 몰려들긴 했지만, 지금은 관심가지는 사람도 없고, 그저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었다. 필립이 두 달에 한 번 정도 송금하는 돈은 그저 저금만 하고 있었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장사가 그럭저럭 잘 되어서 종업원을 더 많이 둘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뿐.....

"일단 차에 타시죠."

공항 밖으로 나간 유리카와 켈리의 부모는 먼저 필립이 모시러 온다고 타고 온 '자동차'를 보고 먼저 놀랬다.

"이렇게 좋은 차를 타도 되는 거니?!"
"오늘만큼은 정말 어느나라 왕족이 부럽지 않게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최고급 리무진이 한 대 세워져 있었기에.

필립도 '쓸 일이 없어서' 그저 지하 주차장에서 먼지나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을 일부러 꺼내 자기 집 메이드들과 같이 정말로 새차처럼 쓸고 닦고 한 것이었다.

"일단 타시죠?"


"""카린스 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커다란 저택에 입구에 줄지어 있는 바이오로이드 메이드들.....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고급 저택이 자신의 사위의 재산이고, 그 집에서 자신들의 딸이 산다는 것이 정말 믿겨지지 않는 두 부모였다.

"메이드장인 코하쿠라 합니다. 카린스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저희를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래, 고마워요."

코하쿠가 고개를 끄덕이자 4명의 메이드들이 두 부모에게로 다가갔다.

"짐을 주십시오."
"아.... 이거 그냥 들고가도 되는 건데....."
"일단 주세요. 더 이상 힘 쓰실 일도 없는데....."
"아....알겠다."

집 안에 들어와서도 고급 가구와 장식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던 타티아나가 버뜩 생각난 듯 물었다.

"근데 유리카와 켈리는 어디 있는 거니?"
"그게....."
""오셨어요?""

부모들이 고개를 돌리자 계단에서 내려오는 유리카와 켈리가 있었다.

모두 하얀 웨딩 드레스 차림....

왠만하면 돈을 잘 안쓰는 필립이 이번만큼은 돈을 썼다. 물론 조금만 손을 보면 이 웨딩 드레스도 간단하게 파티용 드레스로 바뀔 수 있도록 디자인 된 것이고.....

"아....."

모두 입을 벌렸다.
자신들의 딸들이 정말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것 처럼 보였기에.....

"....나도 언니처럼 결혼하고 싶다...."

세레나의 중얼거림이 모두의 말을 대변하고 있었다.


* * *


"여기가 약혼식장이 아니었으면 당장 쇠고랑을 채우는 건데. 발랄라이카."
"흥. 누가 할 소리, 여기가 약혼식장이니까 참는 건데..... 총만 있었으면 당장에 당신 머리에 시원하게 바람 잘 통하라고 구멍 하나 내 줬을 텐데. 짭새."
"....."
"....."

두 여자의 독설에 두 남자, 이즈미 준이치로 경부와 록은 한 숨을 내 쉬며 같은 생각을 했다.

'아델레이드 박사 정말 미친거 아냐? 핵폭탄 두 개를 같은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어디있어!!!!!'


2102.6.29 일요일
UTC 12:00
스타도어의 어느 고급 레스토랑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를 드립니다....."

사회를 맏게 된 레디오스 소프의 말이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이 약혼식의 주인공인 필립은 영 불안했다.

'왜 하필 저 두 사람을!'

필립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내심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L5 러시아 마피아 '호텔 모스크바'의 두목, 발랄라이카와 일본 경시청의 야쿠시지 료코를 경계하고 있었다.


사정인 즉슨, 필립이 약혼식에 부를 사람을 정하려고 크리스에게 상담을 했는데....

"정말 친한 사람들 몇 명만 부르자고.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그러죠. 박사님쪽에선 초청하실 분 있나요? 저야 그저 유리카와 켈리 부모님, 그리고 시프트스타에서 두 명 정도..... 그 다음엔 유키호 부모님하고 아즈사씨.....아이마스 멤버들 전부....."
"음..... 지금 생각하는 사람이야.... 발레리는 와야 하고, 레디하고 르네, 세 쌍둥이..... 페르슈는 물어봐야 할테고."
"....의외로 많네요."
"자연스럽게 너도 인맥이라는 것을 만든 거지."

그렇게 상의해서 필립이 부른 사람:
당연히 와야 하는 유리카와 켈리 부모님, 켈리 동생 세레나, 시프트 스타의 바락 워싱턴과 시프트 스타 사장, 아이돌마스터 멤버 전원과 하기와라 유키호의 부모, 유리카와 켈리가 일하는 사무실에서 3명.
총 22명.

크리스 아델레이드가 부른 사람:
발레리 아델레이드, 제럴드 비스마르크, 레디오스 소프, 르네 알트마이어, '세 쌍둥이', 페르슈 움베르트.....

그리고 호텔 모스크바에서 발랄라이카와 록, 레비
일본 경시청에서 야쿠시지 료코와 이즈미다 준이치로

총 13명.

총 35명.

.....

경찰인 료코와 마피아 두목인 발랄라이카가 크리스 측 초청 명단에 포함되고 같은 테이블에 앉히게 되어 있는 것을 안 된 것을 안 필립은 그저 정신이 멍해질 따름이었다.


하여간 필립 주변에 앉은 약혼자만 자그마치 5명이었다.

유리카 그레세느, 켈리 크리칼레프, 미우라 아즈사, 하기와라 유키호, 아마노미야 카구야.

"우선 크리스 아델레이드 박사님의 한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
"아, 예. 이 자리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내 필립 카린스 군의 약혼식을 빛내주기 위해 오신 여러분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맨날 저런 말은 잘 하더라."
"레비!"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여자 정장을 입고 와서 영 불편한 레비가 슬쩍 빈정대자 록이 주의를 주었다.

"너무 이쁘다아~~~~."
"나도 저런 옷을 입고 결혼하고 싶어....."
"아즈사 언니하고 유키호 너무 예쁘다아~~~~"

한 테이블은 완전 냉전 상태인데 아이돌마스터 멤버들이 모두 앉아 있는 테이블은 그야 말로 꽃밭 상태였다. 리츠코가 바라보자 필립 오른쪽에 앉아 있는 유키호는 얼굴이 빨개지며 슬쩍 고개를 숙였다.

"케이크~~~~."

언제나 배고픈 타카츠키 야요이는 한 구석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군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지만.....

".....뭐 긴 말 오래 하면 지금 배고파서 곤란해 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보여서 하겠습니다. 이 말만 하고 끝내겠습니다.그저 서로 잘 살고, 화 내지 말고, 오순도순 잘 살아라! 이상입니다."

시원시원하게 크리스가 축사를 끝내자 다들 박수가 터졌다.

"그럼.... 아일랜디아의 인기 그룹이죠? 아이돌마스터의 축가가 있겠습니다."
"자, 가자~~~."

기다리고 있던 아이마스 멤버들이 모두 마이크 앞에 모였다.

"안녕하세요~~~"
""""아이돌마스터입니다아~~~!!!!""""
""""유키호와 아즈사 언니 약혼 축하해요~~~샤이닝 스마일입니다아~~~""""

"
お?に入りのリボン うまく結べなくて 何度も解いてやり直し 夢に似てるよ 簡?じゃないんだ
오키니 이리노 리본 우마쿠 무스베나쿠테 난도모 호도이테 야리나오시 유메니 니테루요 칸탄쟈나인다
맘에 드는 리본 예쁘게 묶을 수 없어서 몇 번이고 풀었다가 다시 도전해 꿈이랑 비슷해 간단하지가 않아

妥協しない 追求したい 頑張るコト探して ねぇ 走るよ
타교오시나이 츠이큐우시타이 간바루 코토 사가시테 네에 하시루요
타협하지 않아 추구하고 싶어 노력할 것을 찾아서 자 달려가자

君まで?きたい!裸足のままで 坂道?いても諦めたりしない
키미마데 토도키타이! 하다시노마마데 사카미치 츠즈이테모 아키라메타리시나이
너에게 전하고 싶어! 맨발인 채로 언덕길이 계속되어도 포기하지 않아
手に入れたいものを?え上げて いつだってピカピカでいたい
테니 이레타이 모노오 카조에아게테 이츠닷테 피카피카데 이타이
손에 넣고 싶은 것을 세어보면서 언제까지나 반짝반짝 빛나고 싶어

私 shiny smile
와타시 shiny smile
나 shiny smile

......"


* * *


"...네가 왜 여기 있는거냐?!"
"에?"

니콜라이 자코벤스키는 어리둥절해졌다.

2102.6.30 월요일
UTC 10:00, 카자흐 시간 15:00
카자흐스탄 알마아타 대통령궁.

중요한 일이 있어서 자르바예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자르바예프가 소리를 친 것이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네 이놈! 필립!!!!"
"????"

니콜라이는 '설마 나를 필립 카린스로 보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납치사건 이후 자르바예프는 계속 "필립 카린스가 날 괴롭히고 있다! 그때 죽였어야 했어!!"라는 말을 하고 있었고, 점점 하는 일도 거칠어져 가고 있었다. 이유도 없이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집기를 다 부숴버리기도 했고.....

겨우 겨우 설득해서 검사를 했지만 별 이상도 발견되지 못했고.....

"각하! 저 니콜라이입니다! 정신차리십시오!"
[급히 진정제 투여를 해야 할 것 같다!]

당황한 니콜라이와 Dr. Hans는 자르바예프를 진정시키려고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필립....필립.... 날 죽이려고! 절대로 넌 죽일 수없다! 난 위대한 자르바예프니까!!!!"

그런 니콜라이를 보자 자르바예프가 폭발하며 소리를 쳤고....

자르바예프는 자신도 모르게 팔걸이의 붉은 버튼을 눌렀다.

위잉~~ 철커덕! 철커덕!

"!!!!"

버튼이 눌러지자 마자 집무실 여기저기 숨겨진 방어무기들이 튀어나왔고 조준 레이저가 니콜라이에게로 쏟아졌다.

"죽어라, 필립 카린스!"

"각하! 정신차리십시오!!!"

드르르르르르륵!!!!!!!

니콜라이의 절규는 곧바로 들린 러시아제 대전차 20mm 기관포의 발사음에 묻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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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브공군 | 2008/11/24 11:20 | THS Alternative | 트랙백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4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4


"어서와요, 에드워드."
"영국에 무사히 온 것을 환영해요. 건강해 보이네요. 이거 선물이에요."
"뭘 이런 걸...."

부인(=영국 왕비)인 엘렌 존스(Ellen Johns, Duchess Ellen of York, 49세), 둘째 아들 조지(Prince George of wales, 17세)를 대동하고, 머리에 페렛 한 마리를 떡 올린 채(.....) 현 영국 국왕 에드워드 9세(Edward IX, 50세)는 손에 든 고급 포도주를 크리스에게 안겼다.

2102.5.27 토요일
UTC 17:20
아델레이드 저택

"오랜만이에요, 에드워드."
"안녕하셨습니까? 데임 에스터?"
"반갑구려. 에드워드 국왕."
"미스터 한도 안녕하셨는지? 아..... 미스 움베르트. 카자흐스탄에서 고생 많았죠?"
"지금은 괜찮아요."
"오랜만입니다. 미스 발레리."

에드워드는 일일이 아델레이드가 식구들과 악수를 나누고는 이제 필립과 악수하게 되었다.

"2년전 일본에서 화상 전화로 본 뒤에 처음 만나는 자리군요. 반가워요. 나 영국 국왕 에드워드에요."
"아.....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전하(Your Majesty)...."
"2년전 그때도 똑같은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그냥 에드워드라고 불러요."
".....그래도."
"영국 국왕으로서의 명령입니다. ^^"
"아....예.... 에드워드씨."

조금 멋적게 필립과 인사한 에드워드는 옆에 서 있던 카린스가의 아가씨들 중에서 카구야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건강한 것 같네요. 프린세스 아키시노미야. 6년전에 만났을 때 아무말도 안 하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는데..... 얼굴 좀 고치니까 더 이뻐진 것 같은데요?"
"!!!!!"

카구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분명히 성형수술하고 지문까지 다 지우고 수십번도 얼굴 인식 프로그램이 카구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까지 확인한 얼굴인데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보다니!!!
필립도 깜짝놀라 크리스를 돌아보았지만 크리스는 딴청이었다.

[.....알려주신겁니까?]
[개인적으로. 에드워드가 아무에게나 입을 열 사람으로 보이니?]

"그러고보니 갑자기 3국 왕실 정상회담이 되었네요. 크리스."
"뭐.... 영국 왕실(=에드워드 국왕), 벨기에 왕실(=페르슈), 일본 왕실(=카구야) 사람 세 사람이 모였으니..... 그렇죠."

에드워드 국왕이 농담을 던졌고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유리카 그레세느입니다. 만나뵈어서 반갑습니다.... 전하."
"켈리 크리칼레프입니다. 저도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전하."
"츠키노 히카리입니다.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전하."
".....카린스군의 여자친구들이군요. 반가워요."
"전 마스터의 경호원입니다만, 에드워드 전하."
"아.... 그렇군요. 미안."

에드워드와도 상견례를 하고 엘렌과 인사를 나눈 필립이 바로 에드워드의 둘째 아들 조지와 악수를 하게 되었다.

"필립 카린스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스터 카린스. 아버지식으로 그냥 조지라고 불러주세요."
"예. 뭐..... 저도 필립이라 불러줘요."

악수를 한 조지가 필립에게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 그거 아세요? 필립"
"어떤?"
"제 생일은 4월 28일이에요. 필립도 4월 28일이죠?"

조지 왕자와 필립은 생일이 같은 것이었다. 조지가 한 살 어릴 뿐이었고.

"이거.... 대단한 우연인데요?"
"그렇죠?"
"자자.... 일단 초대를 받았으니까 가야지?"
"네."

그렇게 상견례를 마치고 모두는 연회장으로 향했다.
카린스 저택에도 있듯이 연회장은 이런 고급 저택에선 거의 필수 사항이었고 아델레이드 저택에도 이렇게 연회장이 있었다. 물론 카린스 저택보다 더 오래되었고 더 화려한 장식이 되되어 있고.

"영국 국왕으로서 말 하는 건데..... 이 자리는 정말 기본적인 식탁 예절만 지킵시다. 솔직히 궁중 예절 같은거 귀찮거든요. 영국 국왕이 식탁 예절을 싫어한다는 것이 너무 웃기죠? 그걸 생각하면 태양왕 루이 14세(Louis XIV)는 얼마나 귀찮았을까요?"
"아하하하하....."

다들 웃음을 터트렸지만 아직 이런 자리가 서툰 필립은 그냥 미소만 짓고 말았다.

"아, 미스터 카린스. 혹시 우리 영국에 처음 왔을때, 첫 인상은 어땠나요?"
"글쎄요..... 오자마자 조사받느라 첫 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하지만 시골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조용하더군요."
"그렇군요..... 아, 공식 발표는 하지 못하지만 영국 국왕으로서 하는 말인데.... 영국에 도착하자 마자 가족들과 상봉도 제대로 못하고 조사받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냥 보내도 되는데 MI-6에서 워낙 고집을 부려서....."
".....어쩔 수 없죠."

필립은 어깨를 으쓱했고 어느새 잔에는 모두 샴페인이 채워져 있었다.
그걸 본 에드워드 국왕이 잔을 들었다.

"그럼, 클리포드 백작의 무사 귀환과 미스터 카린스의 영국 방문을 환영하며. 건배."
"건배!"


* * *


"어?"

자고 있었는데 자신은 '알현의 방'에 앉아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자르바예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별다른 변화가 없는 방. 근데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끼이익.

문이 열리면서 하얀 양복을 입은 소년이 은색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필립 카린스?"

분명히 자신이 '겁쟁이'라 여기고 쫓아내 버린 바로 그 필립 카린스였다.

"어떻게 너가 여기 있는거냐!"

소리를 쳤지만 대답없이 필립은 조용히 카트 뚜껑을 열었다.
그 아래엔 은빛 접시에 담긴 권총 부품이 들어 있었다.

"이놈이!"

스위치를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숨겨진 무기도 나오지 않았고, 경비대도 오지 않았다.

"이...이게?!"

찰칵, 찰칵.

스위치를 눌러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고, 자신은 움직이지도 못했고, 필립은 평온한 얼굴로 권총을 조립하고 있었다.

찰칵!

조립이 완료된 필립은 슬라이드를 잡아 당겼고.

탕!

바로 자르바예프의 의자를 향해 쐈다.

팡!
총알이 자르바예프의 목숨을 버텨주게 하는 기계를 부숴 버렸다.

"뭐....뭐하는 짓이냐!"

탕! 탕!

팡! 팡! 타닥!

필립이 쏘는 총알은 자르바예프의 생명줄을 하나씩 끊어버리고 있었다. 의료용 튜브에선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전선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었

"사....살려줘! 뭐든지 다 하겠어! 살려줘!"

자르바예프의 분노에 찬 목소리는 어느새 살려달라는 절규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탕! 탕!

생명줄이 끊어짐에 따라 자르바예프도 점점 몸이 굳어져 가고 있었다.

"사....살려....!"

필립이 마지막으로 '금빛 총알'을 장전하곤 자르바예프의 머리로 총구를 돌렸다.

그리고....

탕!


"아악!!!!"

눈을 떴을때 자르바예프는 자신도 모르게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자신은 묶여 있었다. 악몽과 함께 묶여있다는 사실에 자르바예프는 그만 착란을 일으켜 버리고 말았다.

2102.5.27 토요일
UTC 4:20, 카자흐시간 10:20
카자흐스탄 알마아타 대통령궁

"사....살려줘! 살려줘!!!"
"가만히 계십시오! 각하!"

별거 아닌 정기 검사 도중 잠들어 있던 자르바예프가 갑자기 깨어나 발작을 시작하자 베코벤스키와 그 아래있는 기술자들이 모두 달려들어 자르바예프를 붙잡았다.

"가만히 계십시오! 지금 시술중입니다!"
"살려줘! 죽이지마! 살려줘!!!"

바둥대던 자르바예프때문에 자동화된 의료기계들이 제대로 된 위치를 잡지 못했다. 거기에 의료진들도 버둥대는 자르바예프 때문에 역시나 버둥대고.

그 와중에 자르바예프의 뇌와 연결되어 있던 의료 장비 하나가 잘못 작동했고 원래 들어가야 할 프로그램 대신 '전혀 엉뚱한' 프로그램이 들어가고 말았다. 그것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로봇 시스템을 관리 하던 베코벤스키의 부하 Dr. Hans도 의료 장비와 연결된 전선이 뽑혀서 그런 프로그램이 들어갔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의료장비는 전송이 끝나자마자 넘어져버리면서 기록이 깨져 버렸고.

"안정제 주사해!"

급히 의료진이 자르바예프에 안정제를 주사했고 곧 약이 온몸으로 퍼진 자르바예프는 다시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 * *


"영국에 온게 지난 수요일이었죠?"
"네, 수요일 새벽에 히드로에 도착했죠."
"음, 그러면 그 동안에 영국의 유명한 명소에 가 본 곳이 있나요?"

엘렌 여왕의 질문에 필립은 급히 입을 닦고는 대답했다.

"목요일에는 대영박물관하고 하이드 파크(Hyde Park), 그 다음에 잠시 버킹엄 궁(Buckingham Palace)과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에 갔었고, 오늘 오전에는 잠시 케임브리지(Cambridge)에 갔었습니다."
"모두 좋은 곳이죠. 비록 난 케임브리지나 옥스포드(Oxford)를 나오진 못했지만.... 거긴 정말 우리 영국의 기반이 되는 곳이죠."
"웨스트민스터 갔다면 다우닝가(Downing St.)는 지나갔겠군요. 거기 정말 텅 비어있죠? 로빈(=영국 수상 로빈 해리스)가 사는 곳인데도."

스테이크를 썰던 에드워드 국왕이 물었다.

"예. 조금은 당황스러웠죠. 영국 수상 관저가 이렇게나 단순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그래도 거기 보이지 않게 경비가 철저한 곳이야.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도청 및 테러 방지 시설이 된 곳인걸? 그 단순해 보이는 나무 문도 사실은 나무처럼 보이는 특수 소재인걸?"
"뭐, 우리 집도 마찬가지죠."

에드워드가 으쓱하면서 고기를 썰곤 유리카에게 말했다.

"유리카씨, 후추 좀 건네주시겠어요?"
"네. 여기."
"아, 생각난 건데 런던 타워(London Tower) 가 봤어요?"
"거긴 내일 갈 거에요. 왜요?"
"그 근처에 진짜로 피시 앤 칩스(Fish & Chips) 잘 하는 곳이 있거든요. 내가 아직 왕자 시절에 친구 하나가 가르켜 줘서 몰래 먹으러 간 적 있는데.... 그 맛 아직도 못 잊죠."
"호오~~ 그래요?"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해리(Prince Harry of wales)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요?"
"해리는 아마 지금..... 남대서양 위에서 덜덜덜 떨고 있겠네요."
"지금 해군으로 가 있죠?"
"그렇죠. 지금 훈련차 항공모함 타고 트리스탄 다 쿠나(Tristan Da Cunha Island)로 나갔을텐데."
"이거 갑자기 미안해지네. 해리 형은 지금 맛 없는 군대 밥 먹고 있을텐데."
"너도 어차피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군대 가잖니. 그러면 역전되는데? 아마 내년 겨울 쯤에는 해리가 '아~~ 조지는 지금쯤 맛없는 24시간 레이션을 먹고 있겠구나~~~'라고 하면서 만찬에 있을텐데."
"....."

조지 왕자 침몰.

"아, 케임브리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뭔가요?"
"음..... 호킹(Stephen Hawking, 1942~20XX)  박사님의 동상이 인상 깊었슴습니다."
"아, 호킹 박사..... 그 분 정말 위대한 학자이셨죠. 온 몸이 굳어버렸는데도 뛰어난 연구를 하신 분이니까요. 노벨상을 받으셔야 하는데 못 받고 돌아가신 것이 너무 안타깝죠."


* * *


"이게 영국이 자랑하는 위대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동상이다."
"아. 그 유명한....."

케임브리지를 보던 필립 일행은 공원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으로 만들어진 호킹 박사의 동상을 보게 되었다.

"소행성대에 있고 시요미 멀둔(Shiyomi Mulddon) 박사가 소장으로 있는 '호킹 소립자 연구소'의 이름이 바로 이 분을 기려서 붙여진 이름이지."
"듣기로는 온 몸이 굳어버리는 병에 걸리셨다고 하던데....."
"그래. 근위축성측삭경화증. 미국 뉴욕 양키즈의 '영원한 4번' 루 게릭(Louis Gehrig, 1903~1941)이 걸려서 죽었다고 해서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병이지. 단 하나 움직일 수 있는 왼손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뛰어난 물리학 이론을 발표하시고 아직도 명저인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과 같은 책을 쓰신.... 대단한 분이셨지."

한참 하늘을 보며 씨익 웃고 있는 호킹 박사의 동상을 보고 있던 크리스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평행세계 이론(Parallel World Hypothesis)이 생각나네."
"평행세계? 그거 소설에서나 나오는 거 아니에요?"
"양자물리학자들에겐 가능한 이론이야. 나는 그렇게 양자역학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대답하기 힘들지만, 존재할 수 있다고 하니.....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또다른 우리가 또 다른 어느 우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않아?"
"그런 또 다른 우주가 있다면 전 뭐를 하고 있을까요?"

필립이 묻자 크리스는 관자놀이를 긁으면서 대답했다.

"글쎄다. 크리스틴이 살아있어서 지금 우리와 같이 여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유키호가 아닌 다른 일본의 유명 가수와 스캔들이 난 필립이 있는 우주..... 우리집 재산이 지금의 몇십배나 더 많아서 세는 것을 포기한 내가 있는 우주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너의 이름은 최악의 범죄자와 동급으로 여겨지는 우주도 있겠지..... 아니면 영국 명문 귀족으로 태어나 사교계에 화려하게 데뷰해서 명문 귀족집 영애와 사귀고 있는 필립이 있을지도..... 군인으로 살고 있거나 아니면 여자로서 평범하게 지금도 소행성대의 조종사로 살고 있는 필립이 있을지도.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것은 엄청나니까,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만큼의 필립과 내가 있겠지."
"음....."


* * *


만찬이 끝나고 필립과 조지는 카린스가의 아가씨들과 다른 방으로 향했고 크리스와 에드워드는 별실로 들어갔다.

".....조금 무거운 이야기지만 카자흐스탄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야겠어요."
"사실 그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죠."

별실에는 크리스와 에드워드 뿐만 아니라 에스텔, 발레리, 엘렌 왕비, 그리고 에드워드의 수석 비서가 있었다.

"MI-6에서 우리 집이 지금 카자흐스탄에 대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들었죠?" (크리스)
"이미 보고 받았소. 카자흐 반군들을 훈련시킬 용병들을 보냈다고." (에드워드)
"그래요. 나를 포함한 모든 우리집 원로들이 동의했죠. 더 이상 자르바예프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고." (에스텔)
"알고 있습니다. 이미 EU가 개입한 상태지만 아직까진 전투 상황이 아닌 대치 상황에 불과하지만..... 이번에 벌어진 인질 사건으로 자르바예프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죠. 러시아도 슬슬 손을 놓으려 하고 있고." (에드워드)
"205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 제제 초기에 카자흐를 구해준 크라코프(Eduard M. Kharkov)와 같은 인물도 없죠. 전해지는 정보에 따르면 크라코프는 자르바예프의 눈 밖에 나서 '환상'에 시달리고 있다죠.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자르바예프를 위해 다시 나설 가능성은 없죠." (크리스)
".....문제는 러시아죠. 러시아는 EU나 이슬람 칼리프령이 러시아 바로 아래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까." (발레리)
"그렇죠. 자기 바로 아래가 위태로울테니까." (에드워드)
"러시아도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알아 자르바예프가 스스로 몰락하는 것 만큼 좋은 것도 없지만..... 러시아가 이번 일 가지고 자르바예프를 버릴까요?" (엘렌)
"러시아 두마에선 자르바예프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려다가 자르바예프에게 돈 받아 먹은 의원들과 민족주의 성향 의원들 때문에 무산되어버렸죠. 그걸 보고 더 큰 충격이 있어야만 러시아도 그런 자를 붙잡고 있는 것이 자신들에겐 불리하다는 것을 알것이라는 생각을 했죠." (에스텔)
".....은근히 러시아에게 투자한 돈을 뺀다고 압력을 넣는 것은 이미 하고 있고." (에드워드)
"그래서 일부러 '러시아가 자신을 버렸다는' 환상을 자르바예프에게 심어주려고 해요. 자신이 추종하던 집단이 자신을 버리면 갑자기 공허감이 생기고 '배신' 당했다는 기분에 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에스텔)
"어떻게?" (엘렌)
".....타도살계(他刀殺計). 원래 싸움은 그렇게 붙여야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 * *


"각하는?"
"지금 주무시고 계십니다."
"알겠다. 가 보도록."

"갑자기 왜 발작을 일으켰는지 모르겠어."
[내가 기록하고 있던 뇌파 반응은 분명히 단순한 수면 반응뿐이었다. 뇌파도 오차 범위에서 정상이었고.]

니콜라이 베코벤스키와 Dr. Hans는 오전에 있었던 '사고'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측정기기 중 일부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 너무나 아깝군."
[그렇다. 복구를 시도했지만 많은 데이터가 물리적 손상을 받았다.]
"일단은 각하가 깨어나면 정밀 진단을 해야하겠어. 아무래도 각하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니콜라이는 그렇게 말하곤 책상의 불을 꺼 버렸다.


* * *


"....."
"....."
"....."

갑자기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필립과 마주 앉은 사람들 모두가 얼굴이 하얗게 된 상태로 테이블을 보고 있었고,

"....."

투둑.

Prince of Wales라는 직함을 가진 조지는 바보처럼 입을 쩍 벌리곤 들고 있던 카드를 테이블에 흘려버렸다.

필립은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고.


상황은 이러했다.

"보드 게임 좋아하세요?"
"뭐, 좋아하죠."
"한 판 하실까요?"
"좋죠."

조지의 제안으로 모두는 100년전부터 이어진 모 '부동산 보드게임'을 시작했다. 크리스의 집엔 보드게임 종류가 꽤 많았고.

필립-유리카-켈리-페르슈-카구야-조지 모두 6명이 각자의 패를 가지고 시작한....

처음에는 조지의 독주였다. 다이스 신(God of Dice)의 가호가 따르고 있는지 일명 '좋은 땅'이라는 카드만 가지고 있었다. 유리카가 그 뒤를 이었고.

하지만 필립은

"아~~~ 또 열쇠네."

땅은 못 얻고 '행동 열쇠 카드'만 계속 뽑고 있었다. 겨우 하나 얻은 땅이 '아일랜디아' 카드. 즉 걸리면 가장 비싼 이용료를 내야 하는 곳이지만 그 만큼 걸릴 확률도 낮은 땅을 가진채....

다들 '조지 왕자가 이기겠네'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좋은 것이기도 했고.


근데....기적(?)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악!"

유리카의 비명으로 시작해서.

필립이 아일랜디아 카드에 비싼 건물을 올린 직후에 바로 유리카가 아일랜디아에 걸린 것이다!
가뜩이나 통행료가 비싼 땅에 건물 이용료까지!

순식간에 필립의 '잔고'에 엄청난 돈이 들어와 버린 것이다.

".....제발 걸리지 말아라."

유리카 근처에 말이 있는 조지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고 조지는 주사위를 던졌다.

"간다....간다.....!!!!"
"!!!!"

모두가 입을 벌리고 말았다. 떼구르르 굴러가던 주사위가 정확하게 11을 표시했고, 그 위치엔....

바로 필립의 아일랜디아 카드가!!!

[이거 확률 계산이 되는 건가.....]
[글쎄요. 매우 낮은 확률인데.....]

근데 하필이면 조지는 땅을 사느라 '잔고'가 바닥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땅을 필립에게 넘겨서 겨우 사용료를 낸 조지는 다시 굴렸는데....

"악!!!"

이번에는 페르슈의 비싼 땅!!!

삽시간에 조지 앞의 부동산 카드가 비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나...."
"....."

카구야의 말이 아일랜디아에 도착. 또 필립은 잔고가 쌓였다. 그 순간부터 갑자기 조지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역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페르슈가 주사위를 던졌고....

"......."
"이거 뭐야....."

다시 페르슈는 필립에게 아일랜디아 사용료를 지불. 조용조용 플레이를 하던 켈리도 던졌는데.....

"....."

이젠 방금전까진 조지의 땅이었던, 필립이 가진 두 번째로 비싼 땅에 도착.

유리카-조지-카구야-페르슈-켈리 모두 필립에게 고액의 사용료를 지불한 상황에서 조지는 계속 남이 가진 비싼 땅에만 걸리고 있었다.

"히카리씨! 대출해 줘요!!!!"

결국 돈이 다 떨어진 조지는 염치 불구하고 히카리가 맞고 있던 '은행'에 대출을 요청해버렸다.
그래서 겨우 다시 플레이를 시작하고 굴렸는데....

"....."

필립의 땅에 1번 걸렸다. 여기는 그대로 싼 곳이라 버틸만 했는데....

또르륵.....

"더블 스코어네. 다시 한 번 던지세요."

조지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주사위를 다시 던졌다.

"....11....."
"11칸이면.......!!!!!!!!!!!!!!!!!!!!!!!!!!!!!!!!!!!!!!!!!!!!!!"

모두 기겁할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정확히 반 바퀴 돈 곳에 다시 필립의 '아일랜디아' 카드가 있었고 그곳에는 두 채의 고급 건물이 들어서 있던 것이었다!!!!


아일랜디아 통행료 + 고급건물 두 채 이용료 >> 현재 조지 왕자가 보유한 금액 x 2


"........"

조지 왕자가 하얗게 불탄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거..... 어떻게 하죠?"
"....."

져 주려고 한 게임이었는데 오히려 지게 만든 필립은 당황해서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

"하얗게 불태웠어....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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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브공군 | 2008/11/21 00:28 | THS Alternative | 트랙백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3

[Story of Karrins] - Prophecy of the Dragon - 13


"....아. 힘들어."

다국적 우주 기업 스타라인 인더스트리의 사실상의 '단일' 후계자이며, 현재 스타라인 인더스트리 아일랜디아 총본사의 총무부 사업지원팀 이사대우 과장을 맞고 있는 필립 K. 카린스(18세)는 오늘도 기운이 쭉 빠져서 일어났다.

2102.5.25 목요일
UTC 8:00
영국 런던 근교 아델레이드 성

보통은 별 무리없이 일어나지만 무지 피곤한 경우엔 잔 것 같지도 않게 일어나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필립의 양 옆에는 이 모습이 당연하다는 듯이 카린스 가의 '그녀들'이 누워있었다.
유리카는 분홍색 잠옷, 카구야는 하늘색 점무늬 잠옷, 그리고 켈리의 경우엔 언제나 그렇듯이 하얀색 와이셔츠.

'카자흐스탄에서 갇혀 있는 동안 또 플래그 세웠냐! 이 페로몬 결정체야!!!'라는 이유로 신나게 꼬집혔지만, 그래도 열흘 넘게 갇혀 지내며 고생한 사람인데다가 '필립 = 애정을 얻지 못하면 죽어버리는 토끼'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괴롭히진 않았다. 아직 일주일간의 감금생활 여파가 남아 있어서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지만 눈에 다크 서클 하나 안 낀 것을 보면 확실히 젊은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멍청한 눈으로 침대 위에 앉아 있던 필립은 양 옆에 누워 아직도 꿈의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는 아가씨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러다가 내 사인이 Love Death에 의한 심장마비인거 아냐..... 토마스 아퀴나스의 7대 악 중 하나가 색욕이라는데.....나도 아마 죽으면 지옥가는 걸까?"

그렇게 노인네도 아닌데 한 숨을 쉬고 있는 필립은 창 밖을 보았다.

필립의 기분과는 다르게 하늘은 밝고 참새들은 짹짹대고 있었다.


* * *


"회사일은 끝났고.... 이제 뭐 하죠?"
"뭐, 할 거 있어? 런던 관광이나 해야지."

2102.5.25 목요일
UTC 11:00
영국 런던 스타라인 영국지사 건물 앞

원래 영국에 오게 된 목적이었던 영국 지사 사람들과의 회의를 마친 필립은 찌뿌드드함에 기지개를 펴곤 타고온 차 문을 열었다. 언제나 크리스를 맨 안쪽으로 태우고 자기가 나중에 앉는 필립은 자신이 여는 문이 보통 때처럼 오른쪽 문이 아니라 왼쪽 문이라 뭔가 어색했다. 아일랜디아도, 케레스도 '국제표준'인 오른쪽 통행을 하기 때문이다.

"영국이 왼쪽 통행을 하니까 영 이상하네요. 내가 제대로 여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나폴레옹이 영국 공략에 성공했더라면 아마 지금쯤 영국도 오른쪽 통행하고 미터법쓰고 있었겠지."
"그렇겠네요. 근데 왜 미국은 오른쪽 통행이었을까요? 영국 식민지에서 시작된 나라인데."
"아무래도 자동차 산업이 먼저 발달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어디서 봤는데 수동기어 바꿀 때 왼손보단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 더 편하니까 핸들은 왼손으로 돌리고, 기어는 오른손으로 돌리면서 오른쪽 통행이 굳어져 버렸다고."
"그렇겠네요."

차에 타자 아델레이드가 운전수가 물었다.

"아침에 말했던 곳있죠? 거기로 가죠."
"알겠습니다. 목적지는 대영 박물관입니다."


대영 박물관(British Museum)

1753년 한 슬론(Hans Sloane)경이 자신의 수집품을 국가에 기증하고 그걸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작품과 역사 유물을 모으면서 세계 최대의 박물관 중 하나가 되었고 '박물관의 기본'을 세운,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 문화유산인 곳. 미리 약속해 놓은 대로 이미 대영박물관 앞에는 유리카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대영박물관이다."
"무지 큰데요."
"1850년대에 지어진 이후에 두 번의 세계대전도 견딘 오래된 건물이지. 물론 오래되어서 수리하고 보수했지만 말이야."

크리스는 손을 뻗어 정문 맨 꼭대기의 조각을 가리켰다.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보기도 힘든 조각이지만 1852년에 조각된 것으로 15명의 사람들인데 모두 '문명의 진보'를 상징하는 거지. 대영 박물관이 지어진 뒤에 인류는 끔찍한 전쟁과 학살과 같은 퇴보도 저질렀지만, 그래도 발전했다는 것은 사실이지. 그런 어두운 면을 보고 반성을 해서."
"그렇죠."
"자, 들어가자. 200만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에 여기에 있는 작품의 수만 700만점이 넘지. 평생 다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들은 언제나 전시중이지."

"근데 여긴 요금을 받지 않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인데도."
"일단 국가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붓고 있는데다가, 어디보자..... 중국 특별전을 하는 구나. 이런 특별 전시는 돈을 받고 있지. 거기에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뿌리는 돈, 그리고 대영박물관 출판부에서 내 놓는 어마어마한 책들....."
"....입장료 안 받아도 관리 되겠네요."

손가락을 꼽아보던 카구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영국 사람들 장사속은 대단하니까. 유럽 3대 장사꾼이 유태인, 네덜란드인, 그리고 스코틀랜드인이니까."


"이게 그 유명한 로제타 스톤(Rosetta Stone)이다."
"아.... 이게 로제타 스톤....."

언제나 그렇듯이 로제타 스톤은 유리관 속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생각보다는 엄청 큰데요?"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들은 대부분 배경이 없으니까 작게 보이지. 높이만 45인치 (114cm)가 넘는 크기니까. 이게 일부분이면, 원래 비석의 크기가 얼마나 컸는지는 짐작가지?"

로제타 스톤에는 아직도 샹폴리옹(Jean-Francois Champollion, 1790~1832)이 밤을 세워가며 히에로글리프(Egyptian hieroglyphs)를 해독하려 노력 할 당시처럼 신성문자, 민중문자, 그리스어 세 종류의 문자가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잊혀져 버린 고대 이집트의 문화에 대해 다시 빛을 보게 해 준 인류의 보물인거지. 이집트의 땅 속에서 이 돌을 파낸 프랑스 장교는 이게 얼마나 중요한 물건이었는지는 몰랐겠지만."
"그렇군요."
"원래 세계적인 유물은 무지한 사람들이 파낸 경우가 많아. 폼페이는 어느 농부가 밭을 갈다가 발견했고, 마야 유적은 길을 잃은 스페인 선교사가 찾아내었고, 중국 갑골 문자는 약장수들이 파낸 뼈조각에서 발견되었고, 사해 문서는 양을 찾아 떠돈 팔레스타인 목동 소년이 찾아낸거고..... 전문 고고학자가 찾은 것도 많지만."


"이 사람은 필립 네가 존경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이야."
".....람세스 2세(Ramesses II)?"

필립과 크리스는 유명한 람세스 2세의 석상 앞에 서 있었다.

"람세스 2세에 대해 아는 것이 뭐 있지?"
"음.... 정복왕, 카데시 전투(Battle of Kadesh), 아부심벨 신전(Abu Simbel)....."

필립이 손가락을 꼽으며 대답하자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기본적인 키워드는 다 아는 구나. 근데 하나 더 있지."
"어떤거요?"
"부인도 많고 자식도 많았지, 알려진 것만 아들 50명에, 딸 50명이었다나? 부인은 유명한 네페르타리(Nefertari)를 포함해 10명 정도 이었는데 이집트 왕실의 전통이었던 근친혼이었던 딸들 빼면 ....아마 람세스 2세의 부인 수는 지금 네 옆에 있는 아가씨들 숫자정도는 되겠구나."
"....."

필립은 할 말이 없었다.

"뭐, 모로코의 이스마일 왕(Moulay Ismail Ibn Sharif, 1634? or 1645?-1727) 국왕보다는 그 수가 부족하지만. 그 술탄은 하렘에 있는 500여명의 여자들을 상대로 평생 888명의 자식을 두어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으니까."
"....얼마요? 500여명??"
"인도 문학에선 힌두교의 천둥신 인드라(Indra)의 경우엔 700개의 방이 있는 궁전이 있고, 그 방 하나에 왕비가 7명, 각 왕비마다 7명의 시녀가 있는데 인드라는 그 모든 여자들을 안을 수 있다지. 신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만. "
"....."


"여긴 그리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곳, 엘긴스 마블(Elgin's Marbles)이다. 정식 명칭은 파르테논 대리석 조각이지만."

다 깨지고 부서진 조각들이었지만 고대 그리스의 조각의 진수가 다 모여 있는 곳이었다.

"7대 엘긴 백작 토마스 브루스가 오스만 제국 대사로 있을 무렵인 19세기 초에 적당히 손을 써서, 한 마디로 뇌물을 써서 뜯어가지고 온 작품이지, 파르테논 신전을 부수면서 가지고 온 것이지. 이걸 본 바이런 경(George Gordon Byron, later Noel, 6th Baron Byron FRS, 1788~1824)이 문화재가 함부로 훼손당하고 팔리는 모습을 보면서 개탄한 것은 유명했고."
"아직도 반환이 안되었네요."
"이젠 돌려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21세기 초에 있었고 영국 정부도 돌려주려고 할 때 2011년 그리스 민족주의자들때문에 벌어졌던 발칸 전쟁의 여파로 취소된 뒤에 아직도 남아 있는 거지. 일부가 그 후에 반환되었긴 하지만."
"그렇군요."
"근데 박사님 집에도 옛날 문화재가 좀 있는 것 같던데.....?"
"그래도 우리 집에 있는 것은 정당하게 사서 들고 온 거야. 엘긴 백작처럼 인부 동원해 멀쩡하던 건물 부수면서 들고 온 것이 아니고."


"이 유물들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두 개에서 나온 거지
"하르키나소스의 마우솔레움(Mausoleum of Halikarnassos), 에페소스 아르테미스 신전(Temple of Artemis at Ephesos)?"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 바빌론의 공중정원, 그리스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상, 소아시아 에페소스의 아르테미스 신전과 하르키나소스의 마우솔레움, 그리스 파로스섬의 아폴론 동상,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 과거에 존재했지만 피라미드를 제외하곤 모두 지진이나 방화로 사라졌지.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등대는 복원한다, 복원한다 하는데 잘 안되고 있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2002년 복구되었지만. 에페소스 아르테미스 신전은 '영원히 내 이름을 역사에 남기고 싶다'라고 한 어느 미친 놈이 불을 질렀고. 근데 에페소스 아르테미스 신전의 방화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 있었지."
"뭔데요?"
"그날 밤에 알렉산더 대왕이 태어났거든. 나중에 커서 알렉산더가 복원비용을 전부 내겠다고 했지만 시민들이 거절한 것은 유명하고."


"로마시대 유물중에서 '20세기 초엔 이거 내 놔도 될까?' 했던 물건, 와렌의 은잔(The Warren silver Cup)이다. 써 있는데로 예루살렘 근처에서 출토된 2세기 유물이지. 워낙 영국 사회가 완고한 면이 많아서..... 저 조각만 보면 난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이 생각나.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 배척받아 자살을 선택한 불쌍한 천재였지. 조국을 위기에서 구했지만.....버림받은...."
".....그나저나 조금 거시기 한데요."

그도 그럴 것이 와렌의 은잔에는 남자 동성애를 묘사한 조각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약간 얼굴이 새빨개진 유리카를 보고 크리스가 무선랜을 켰다.

[.....너희들 전부 침대 위에선 저런 짓 다 해 봤으면서 왜 저거 보고 새빨개지냐? 이러쿵저러쿵어쩌구저쩌구재잘재잘이러쿵저러쿵어쩌구저쩌구미주알고주알어쩌구저쩌구.....]
"....."

머리 속으로 들리는 크리스의 놀림에 유리카의 얼굴이 더 새빨개졌다.


"이곳 중동관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저런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찬란한 보물도 있지만, 우리 크리스찬 문명권 사람들은 모두 아는 이야기와 연관된 바로 이 점토판이지."
"설형문자 잔뜩 찍힌 이 점토판이..... 바로 그 세계 최고(最高)의 서사시, '길가메쉬 이야기(Epic of Gilgamesh)'. 노아의 방주 이야기의 근원으로 여기는 우트나피슈팀(Utnapishtim)의 방주 이야기가 바로 이 점토판에 새겨져 있지."
".....금삐까?"

아키하바라 출신인 카구야가 모 게임에서 본 '길가메쉬'의 별명을 자기도 모르게 불렀고, 크리스가 한 숨을 쉬었다.

".....지금 카구야가 한 말때문에 생각난건데..... 일본 게임업체들이 자사 게임에서 역사 틀어놓는 거야 유명하지. 어떤 때는 너무 심해서 문제가 되고, 더 문제는 그렇게 사람 이름하고 역사적 사건 몇 개만 빌려온 역사를 플레이어들이 믿어버린다는 거지. 21세기 초에 나왔던 모 게임에선 우리 영국의 전설적인 왕 아서왕(King Arthur)를 '사실은 남장한 여자'였다고 해서 개념없는 플레이어들이 그걸 믿었다고 하잖아..... 존재했는지 존재 안 했는지 모르는 인물이지만, 남자였다는 것은 분명한데....."
"....."

갑자기 카구야가 입을 꾹 다물었다.

".....설마, 카구야 너 그렇게 믿고 있었냐!!!!"

쇼크를 먹은 크리스의 뒤에서 번개가 쳤다.


* * *


"대영박물관 다 보기는 하루에는 절.대.로. 불가능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고, 점심은 먹었지만 배고프니 간식이나....."
"얼래? 히라가씨?"

전시실에서 나온 필립이 고개를 돌리다가 대영 박물관 매점에서 나오는 히라가 사이토와 루이즈 바리에르를 보게 되었다.

"아, 필립 이사님. 어쩐 일로?"
"일 다 보고 잠시 구경왔는데.... 히라가씨는 어떻게?
"아, 뭐 그냥 호텔에 있자니 심심하다고 루이즈가 데이트 하자고.....악!"

갑자기 루이즈가 사이토의 허벅지를 꼬집었고, 사이토는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그냥 할 일이 없어서 나온거에요! 딱히.... 갈 곳이 없어서..... 그...데.... 데이트 아니에요! 저 바보 개가 호텔에서 뒹굴고 있는게 너무 답답하다고 칭얼대어서 나와 준 거에요!"

루이즈의 대답을 들은 모두의 생각은 하나였다.

'츤데레네.'
'츤데레 맞네.'
'100% 츤데레.'
'동인지에서나 보던 순수 츤데레를 영국와서 보다니!'

"아, 소개 안했네요. 사이토, 루이즈. 이쪽이 음.... 뭐라고 해야 하나?"

갑자기 필립이 난감해졌다. 꼭 이럴 때 필립의 문어발이 문제가 된다. 정직하게 '여자친구들'이라고 해도 이상한 눈빛을 받고, 그냥 아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상한 눈빛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사님 애인들?"

사이토가 정곡을 먼저 찌르고 말았다.
필립은 속으로 뜨끔했다.

"....뭐....그렇죠. 이쪽은 스타라인 전용기 조종사인 히라가 사이토씨이고 이쪽은 전용기 스튜어디스인 루이즈 바리에르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생 많으셨죠? 유리카 그레세느입니다."
"뭘요....."
"아,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필립의 애인들과 인사를 어떻게 나눈 사이토는 루이즈를 이끌고 전시실로 휙 사라져버렸다. 그걸 본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우리는 저 두 사람 데이트에 방해는 하지 말아야겠지? 다른 곳으로 가자."
"근데 어디로 가죠?"
"글쎄.... 어디로 갈까?"


* * *


"자, 이제부턴 여기가 우리 집이다."

2102.5.25 목요일
UTC 11:00, 카자흐시간 17:00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접경 산악지대.

비밀리에 아프리카를 떠나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를 통해 들어온 폭스하운드 부대는 낡은 러시아제 군용 트럭에서 내렸다. 그들이 내린 곳은 어느 산 속의 분지.

그저 양을 치는 목동들이나 겨우 아는 그런 곳에 그들은 도착한 것이다.

"각 소대별로 집결!"
"각 소대 집결!!!"

스네이크의 지시에 모두가 정렬했고, 스네이크는 바위에 올라섰다. 돈을 위해 움직이는 용병들이라도 지휘체계는 확실했다. 아니, 용병부대가 군대보다 더 서열관계가 뚜렷했다. 언제 어떤 상황이 터질지 모르는 전장. 확실한 서열관계가 확립되어야만 어떤 상황에서도 즉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말하지 않겠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 빅보스는 우리가 쓸 무기와 함께 곧 이곳으로 도착할 것이다. 일단 이쪽을 소개하겠다. 카자흐 해방군의 말렌코이다."
"카자흐 해방군의 말렌코요. 잘 부탁하오."
"일단 밤이 되기 전에 캠프를 설치한다! 1소대와 2소대는 주변 지역 정찰에 들어가고, 3소대는 캠프 주변에 방어 시설을 구축한 다음, 나머지 소대는 전투 대기 상태로 캠프를 설치하도록! 모레부턴 카자흐 해방군들에 대한 훈련이 시작될 것이다!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말렌코는 아직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자르바예프의 철권통치에 가족들이 모두 희생당하고 자신만이 겨우 목숨을 걸고 탈출해 해방군에 들어온지도 벌써 몇 년째.... 겨우겨우 암시장을 통해 얻은 낡은 무기로 자르바예프의 강력한 사이버쉘 병기들과 맞서서 싸운다는 것은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지만.....

제대로 된 군인들 아래서 싸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희망이 보이고 있었다.


* * *


"자르바예프의 개들을 움직이게 해야겠어."
"어떤 것 말입니까?"

파리의 어느 건물 옥상에서 발레리와 크리스의 심복, 제럴드 비스마르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몇 명 잡은 다음에 일부는 저승행 티켓을 끊어 주고, 일부는 생포해."
"그 다음엔?"
"허위 정보를 줘. EU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비밀리에 병력을 더 증강시킨다는."
"자르바예프가 오판하게 하려는 겁니까?"
"그래. 이미 우리집 원로분들도 이젠 자르바예프를 가만히 놔 두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계셔. 지금까진 참았지만 이렇게 민간인들을 농락하는 오만한 놈은 가만히 놔 둘 수 없잖아.이미 원로분들 일부는 EU를 움직여서 자르바예프를 쳐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어제 온 메일엔 프리메이슨도 협력하겠다고 했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인질사태에 프리메이슨 원로분 몇 명이 갇혔다 나온 것 같아. 어조가 강경하더라고. 다들 자르바예프의 자멸을 원하고 계셔. 전쟁은 원치 않지만. 전쟁을 하면 카자흐 국민들만 불쌍해지니까. 난민이 생기는 것도 바라지 않고....."
"알겠습니다."
"러시아에서 무기를 가지고 오는 일은?"
"이미 많은 양이 확보되었고, 지금 에이전트들이 사이버쉘을 사러 갔습니다."
"그래. 보통의 상품 거래로 위장해 놔. 개조는 시베리아 또는 중앙아시아에서 해야 할거고. FSB나 KGB에 걸리지 않도록."
"조치를 다 취해놨습니다."
"이번 일은 자르바예프가 러시아가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을 하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야.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던 인간이 이제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광분 할 것이 뻔하니까. 아마 내가 직접 지시하는 것은 이게 끝이야, 내일부터는 크리스 언니가 직접 지휘 할 거니까."
"예. 전 런던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래. 런던에서 보자고."

제럴드가 떠나자 발레리는 노을이 지는 파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알까. 이 아름다운 광경 속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 * *

"이반씨? 만나서 반갑습니다."

2102.5.25 목요일
UTC 13:00, 모스크바시간 16:00
러시아 모스크바

농업용 사이버쉘을 생산하는 자카로프 공업의 사장 이반 그레고리는 어느 키 큰 서유럽인 남자의 방문을 받았다.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자카로프 공업의 농업용 사이버쉘을 좀 사고 싶습니다."
"오~~~ 그러시군요. 일단 우리의 카탈로그를 보여드리죠. 어떤 지형에서 쓰려고 하십니까?"
"다목적용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의 산악지형입니다."
".....그런 곳은 농사짓기가 어려울텐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지라....."

남자는 슬쩍 뭔가를 내밀었다. 사진들이 있었고 그 사진에는 어느 젊은 여자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이반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 .....원하는 것이 뭐요...."

협박하고 있다는 것을 안 이반이 놀라 조용히 물었다.

"그냥 당신네 물건을 우리에게 팔아주면 되는 겁니다. 값도 정가에 10%를 더 주겠소."
"....그게 전부요?"
"그렇소."

그 말에 입만 다물고 있으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안 이반은 카탈로그를 다시 펼쳤다.

"이게 어떻습니까? 이 기종은 거미를 본따 만든 사이버쉘로 평지에서도 빨리 움직이고, 주로 돌이 많은 지역이나 산이 가까운 지역에서 삼림 개발용으로 많이 쓰고 있죠. 험지기 때문에 군용은 아니지만 장갑도 튼튼합니다."
"음.... 가격은 얼마입니까?"
"몇 대 구매하시겠습니까?"
"한 100대 구매하겠소."
"그러면.... 가격이....."

남자는 품에서 다른 디스크를 하나 꺼내었다.

"이 디스크 안의 도면을 보고 몸체에 달 수 있도록 해 주시오."
"....이런 것은 뭐 가능합니다. 근데.... 아. 알겠습니다."

괜히 물으면 다시 협박할 수 있는 뭔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안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사이버쉘엔 사이버쉘이지...."

메일을 받은 크리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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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브공군 | 2008/11/18 11:40 | THS Alternativ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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