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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of Karrins] - Between Two Homeland III - 2
"로투스필드 재단의 크리스 아델레이드입니다." 필립과 있을 때엔 경영자의 얼굴을 보이던 크리스가 교수들과 같이 있으니까 순식간에 교수의 얼굴로 바뀌었다. 유페미아가 지구에 온 것은 어수선한 화성을 잠시 벗어나고 싶은 것도 있었고, 내일부터 10일 동안 열리는 '국제 지질과학 프로그램(International GeosCience Programme(IGCP))'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2099년 9월에 화성 대학 석박 통합 과정으로 지질학을 연구하게 된 유피는 어릴적 크리스가 데리고 다닌 적이 많았기에 심포지엄 참석이 처음은 아니었다. 교수 대우로 온 것은 처음이지만. 지금 화성 화산지대에 대한 연구 논문을 쓰고 있어 논문 발표를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네임 벨류 - 2008년 알리아 사버(Alia Sabur)가 세운 '세계 최연소 교수 기록(19살 7개월)'을 깰 가능성이 높은 천재 소녀 & 스타라인 인더스트리의 예비 후계자 - 가 있어서 화성대학에서 지도교수인 토마스 루덴도르프가 참석하는 차 데리고 온 거다. 학교 홍보도 할 겸 서울대 특강도 두 개나 예정되어 있다. 지금 필립 일행이 있는 곳은 경복궁. "자, 지금부터 경복궁 투어에 들어가겠습니다. 모두 이쪽으로 따라와 주십시오." 학생 하나의 지시에 약 20여명 + 필립 일행 9명이 한 곳으로 모였다. 그리고 곧 한국 문화재청 뱃지를 단 경복궁 영어 가이드가 모두의 앞에 섰다. "여기가 조선왕조(朝鮮王朝, Joseon Dynasty) 500여년 간 법궁(法宮), 즉 본궁으로 쓰여졌던 경복궁(景福宮)입니다. 왕조 창립 직후인 1394년에 건조된 뒤 약 200여년 동안 쓰이다가 1592년 일본과의 전쟁으로 소실된 다음 1867년에 중건되어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경복궁의 경복(景福)은 '모든 사람이 행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뒤쪽을 보십시오. 지금 여러분 뒤에 있는 문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光化門)입니다. 광화문은 '큰 빛이 온 세상을 감싼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600여년 간 현재 위치에 있다가 일제 강점기에 자리를 이동했었으나 2008년 복원 공사로 현재와 같은 위치로 새로 복구되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걷고 계시는 길은 오직 왕만이 다닐 수 있었던 길입니다."
고개를 돌려 지켜보니 수로 벽을 쌓은 돌 위에 사슴뿔을 한 호랑이의 조각상이 올려져 있었다. "저 석상은 산예라는 상상속의 짐승으로 이 물길을 통해 악령(evil spirit)이 궁궐에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의 모든 궁궐에는 이런 물길이 왕궁 주변을 감싸고 있는데, 이 물길을 경계로 세상과 왕이 사는 신성한 장소가 구별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영제교(永濟橋)를 경계로 아침 조회시 고급 관료들은 다리 넘어에, 하급 관료는 이쪽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저기가 근정전(勤政殿)입니다. 정전, 즉 경복궁의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로 가로 30m, 세로 21m로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큰 목조 건축물입니다. 즉위식이나 왕세자 책봉, 외국 사신 접대와 같은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 이곳에서 왕이 의식을 행하던 곳입니다. 좌우를 보시면 비석과 같은 것이 서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으실겁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좌우 대칭으로 작은 비석들이 서 있었다. "관리들의 계급에 따라 위치가 정해져서 행사가 있을때 어디 서 있으라고 지정해 놓은 자리입니다." 테레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크리스였다. "그리고 저기를 보시면 기단 아래에 커다란 솥이 하나 올려져 있는 것이 보이실 겁니다." 그러고보니 커다란 솥이 돌 계단 난간 옆에 놓여 있었다. "드므라고 불리는 것으로 저 안에 물이 들어 있어서 불귀신이 자기 얼굴을 보고 놀래 도망가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항상 물을 저장해서 비상시에 불을 끌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머리를 긁적이는 크리스 박사였다. "바닥을 보시면 돌들이 거칠게 다듬어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처리를 했는지 아시겠습니까?" "저 안에 보이는 것이 왕의 옥좌입니다. 그리고 옥좌 뒤의 병풍에 그려진 그림은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라고 하여 동아시아 사상에서의 낙원을 상징하고 있으며, 만원 지폐 앞면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머리 위에는....." 고개를 들어 올리니 커다란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일곱개의 발톱을 가진 용의 그림입니다. 서양에선 용을 악마로 여겼지만 동양에선 용을 아주 신성한 존재, 왕을 상징했습니다. 그리고 용의 발톱이 많을 수록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자였을 중세엔 오직 중국 황제만이 다섯개의 발톱을 가진 용을 문장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지금 있는 벽화는 19세기 말에 그려진 것입니다."
"원래 대장금은 유네스코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 그러니까 조선 왕조의 모든 일이 기록된 역사서에 조그마하게 딱 한 줄 적힌 사람이었다고 하더구나. 왕에게 좋은 약을 처방해서 상을 받았다라는. 그걸 멋지게 드라마화 한 사람들이 대단한 것은 대단하지. 뭐 그렇게 역사에 잠깐만 언급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아직도 많지. 로마(ROME) 시리즈도 있고, 밴드 앤 브라더스(Band & Brothers)도 있고....." 20세기 말, 21세기 초에 전세계를 휩쓸고 간 한류(韓流, Korean Wave)는 아직도 기억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뮤지컬은 아직도 공연되고 있었다. 필립도 작년 12월에 아일랜디아에서 뮤지컬 대장금 공연을 본 적이 있었고. "이곳은 수정전(修政殿)입니다. 이 자리엔 원래 집현전(集賢殿)이라는 왕실 연구 기관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바로 한국의 문자, 한글이 이곳에서 만들어 졌고, 그것을 기념해서 만원 지폐에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얼굴이 그려진 것입니다." 발음 좋게 한다고 수술을 해? 정신 나간거 아냐? "몰지각한 어른들의 무지였다고 하지. 그저 시험 점수만으로 한 사람을 평가하던 초고속 성장 시대와 서구 문명에 대한 동경, 그리고 철학이 없이 돈만 중요하다 여긴 졸부들과 같은 졸부였고 그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만 바라보던 정치가들이 만들어낸 코미디. 진흙속에 보물이 묻혀 있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허상만 바라본.... 지금이야 그런 바보같은 일은 없어졌지만." 22세기의 학자들은 21세기 초의 미국의 경제 위기부터 서구권의 침체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었다. 영원할 것 같이 보였던 서구식 문화가 한계를 맞이하였고, 그로 인해 아시아권에선 자기들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서구에서도 '우리의 것이 모두 옳지만은 않다'라는 사상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동남아와 남미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고, 태평양권 사회주의 동맹(Transpacific Socialism Alliance, TSA)을 만들기까지 한 정보사회주의(Infosocialism)도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돈으로 생각하는 서구식 자본주의에 반발하여 생겨난 것이었다. "자기 것을 잘 지켜나가면서 다른 것을 잘 받아 들여 발전시키는 것이야 말로 한 사회가 추구해야 할 목표 중의 하나지....."
호수가 잔잔해서 건물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춰지고 있었다. 날씨도 좋았고. "여기서는 왕과 신하들이 연회를 벌이거나 외국 사신을 위한 연회가 벌어지던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나라에 가뭄이 들면 이 호수에서 비를 기원하는 의식을 열기도 했습니다. 2004년에는 이 호수 안에서 용 조각상이 나왔는데 이것도 물의 신인 용에 대한 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선 용은 커다란 호수나 강, 바다에서 산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찰칵, 찰칵. 잠깐 사진 타임이 생기자 크리스가 모두에게 권했다. "우리 모두 한 번 사진 찍자. 모두 모여봐라~" "자~~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치즈~~~~" 찰칵. "여기는 향원정(香遠亭)입니다. 원래 건설시엔 없었으니 19세기에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새로 생긴 정원입니다. 꽃향기가 멀리 퍼져 나가는 정자라는 뜻이며 이 다리는 향기에 취한다는 취향교(醉香橋)입니다. 조선시대에 만든 다리 중에는 가장 긴 다리였습니다." 그 말에 필립이 마리아를 불러내었다. [마리아, 우리 수요일에 일정 있어?] "마리아가 아무 일정도 없다고 하니까 그냥 가도 될 것 같네요."
다른 건물과 다르게 장식도 적은 평범한 목조 건물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건청궁이라는 곳으로 1873년에 궁궐내 별장으로 지어진, 왕과 왕비의 휴식 장소였고, 한국 최초의 전등이 설치된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긴 조용한 별장이 될 수 없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 암살 미수 사건을 경험했던 필립이다. 머리가 곤두서는 필립이었다. ".....일본 정부 기록 보관소에 관련 기록이 남아있는데 정말 잔인한 일이 벌어졌다고 하지. 너무나 잔인하게 죽였기 때문에..... 시간(屍姦)이 벌어졌다는 소문까지 퍼졌으니." "....." 경복궁 마지막 투어지에서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는 필립 일행이었다.
"여기는 인사동(仁寺洞)입니다." 간단히 점심을 한국 식당에서 갈비탕 -요즘 요리를 많이 배우고 있는 유리카와 켈리는 '구워 먹어야 하는 갈비를 물에 넣고 끓여???'라는 것으로 놀랬다- 으로 해결한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자유 시간이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골목으로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2035년 윌리엄 5세, 2056년 미국 하워드 대통령, 2089년 중국 양웨이 주석 같은 세계 유명 인사들이 방문했던 곳입니다. 여기서 오늘 16시까지 시간을 드릴 겁니다. 자유롭게 관광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이는 곳은 이 골목을 쭉 따라 가시면 인사동 끝이 나옵니다." 다들 흩어지고 필립 일행이 뭉치게 되었다. "이제 여기선 뭐 하죠?" "보고, 먹고, 사는 거. 여기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골동품 골목이야. 주로 도자기와 고문서들이 많이 팔리는 곳이야. 여기 둘러보다 보면 좋은 거 많이 찾을 수 있다고 하니까..... 좀 사보지 그래? 지갑에 돈 많잖아?"
"와우~~~~" 마지막 투어로 일행이 찾은 곳은 서울 남산타워였다. 저녁도 역시 근사한 한국식 레스토랑. 뷔페식으로 되어 있어서 알아서 가져다 먹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 지금까지 필립이 높은 전망대에 올라가서 야경을 본 곳은 이제 아일랜디아, 교토, 도쿄(원래 도쿄 타워도 갈려고 했지만 못갔음, 대신 카구야 공주와 입씨름(?) 할 때 잠깐 봤음), 그리고 서울로 늘어나게 되었다. "참 아름답지? 이 도시에서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 대단하지 않아?" 아일랜디아에 사는 사람들이 지구에 오면 '갑갑함'을 많이 느낀다. 탁 트인 자연이 있는 아일랜디아와 좁고 녹지도 부족한 도시를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잠깐만 구경 좀 하고 있어라. 전화 좀 하고." 잠깐 주변 사람들과 떨어진 크리스는 전화 버튼을 눌렀다. "....유이란이냐? 공주는 어때?"
전화가 끊기고 유이란은 전화를 끊었다. "박사님이신데.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보셨어. 특별한 것은 없다고 했더니..... 잘 지켜보라고 하시더라고. 지금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니까 주의깊게 보라고 하셨고. 내일 저녁에 보러 오신다라고 하시니....." 두 자매는 그렇게 이야기 하고는 다시 원룸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역시나 카구야 공주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카구야씨. 지루하지 않아요? 하루종일 그렇게만 있었는데?" 멍한 목소리로 카구야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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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꿈도 희망도..
by muse at 21:16 .....그러게나 말입니다. by 아브공군 at 13:58 좀 무섭네요. 이토록 당.. by 케이디디 at 13:37 이미 혐오물 확정이죠. by 아브공군 at 13:22 혐오물이 될 것 같아요. by Wishsong at 12:57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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