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of Karrins] - Between Two Homeland III - 2

[Story of Karrins] - Between Two Homeland III - 2


2100.9.26 일요일
11:00
경복궁

"로투스필드 재단의 크리스 아델레이드입니다."
"이름은 많이 들었습니다. 토마스 루덴도르프라고 합니다. 훌륭한 따님을 두고 계십니다."
"뭘요....."
"아, 오랜만에 뵙습니다. 미스터 필립."
"예. 그 동안 잘 계셨습니까?"
"뭐..... 별 일 없었죠. 화성대학 학장님께서 짜증을 조금 내셨긴 하지만."
"아하하.....^^;;;;"
"아오이 신코라고 합니다. 아델레이드 교수님."
"스와미 마난다 라자파트라고 합니다. 인도 공대에서 왔습니다."
"호세 마리아 라파즈입니다.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구조지질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필립과 있을 때엔 경영자의 얼굴을 보이던 크리스가 교수들과 같이 있으니까 순식간에 교수의 얼굴로 바뀌었다. 유페미아가 지구에 온 것은 어수선한 화성을 잠시 벗어나고 싶은 것도 있었고, 내일부터 10일 동안 열리는 '국제 지질과학 프로그램(International GeosCience Programme(IGCP))'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2099년 9월에 화성 대학 석박 통합 과정으로 지질학을 연구하게 된 유피는 어릴적 크리스가 데리고 다닌 적이 많았기에 심포지엄 참석이 처음은 아니었다. 교수 대우로 온 것은 처음이지만.

지금 화성 화산지대에 대한 연구 논문을 쓰고 있어 논문 발표를 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네임 벨류 - 2008년 알리아 사버(Alia Sabur)가 세운 '세계 최연소 교수 기록(19살 7개월)'을 깰 가능성이 높은 천재 소녀 & 스타라인 인더스트리의 예비 후계자 - 가 있어서 화성대학에서 지도교수인 토마스 루덴도르프가 참석하는 차 데리고 온 거다. 학교 홍보도 할 겸 서울대 특강도 두 개나 예정되어 있다.

지금 필립 일행이 있는 곳은 경복궁.
미리 온 외국 참석자들을 위해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봉사 요원-이라 쓰고 차출 인원이라 읽는다-들이 투어에 나선 것이다. 필립 일행은 꼽사리 낀거고.
돈? "우리 몫은 우리가 낸다." 한 마디로 끝.

"자, 지금부터 경복궁 투어에 들어가겠습니다. 모두 이쪽으로 따라와 주십시오."

학생 하나의 지시에 약 20여명 + 필립 일행 9명이 한 곳으로 모였다. 그리고 곧 한국 문화재청 뱃지를 단 경복궁 영어 가이드가 모두의 앞에 섰다.

"여기가 조선왕조(朝鮮王朝, Joseon Dynasty) 500여년 간 법궁(法宮), 즉 본궁으로 쓰여졌던 경복궁(景福宮)입니다. 왕조 창립 직후인 1394년에 건조된 뒤 약 200여년 동안 쓰이다가 1592년 일본과의 전쟁으로 소실된 다음 1867년에 중건되어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경복궁의 경복(景福)은 '모든 사람이 행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져라라....."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모두 원하는 일이지....."

"뒤쪽을 보십시오. 지금 여러분 뒤에 있는 문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光化門)입니다. 광화문은 '큰 빛이 온 세상을 감싼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600여년 간 현재 위치에 있다가 일제 강점기에 자리를 이동했었으나 2008년 복원 공사로 현재와 같은 위치로 새로 복구되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걷고 계시는 길은 오직 왕만이 다닐 수 있었던 길입니다."
"왕만이 다니는 길이라....."
"어디나 왕은 특별한 존재였지. 한 나라의 지배자였으니까."


"저쪽 수로를 보시게 되면....."

고개를 돌려 지켜보니 수로 벽을 쌓은 돌 위에 사슴뿔을 한 호랑이의 조각상이 올려져 있었다.

"저 석상은 산예라는 상상속의 짐승으로 이 물길을 통해 악령(evil spirit)이 궁궐에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의 모든 궁궐에는 이런 물길이 왕궁 주변을 감싸고 있는데, 이 물길을 경계로 세상과 왕이 사는 신성한 장소가 구별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영제교(永濟橋)를 경계로 아침 조회시 고급 관료들은 다리 넘어에, 하급 관료는 이쪽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붉은 칠을 한 문을 지나 나오자 탁 트인 돌이 깔려있는 광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한 가운데 커다란 목조 건물이 웅장하게 서 있었다.

"저기가 근정전(勤政殿)입니다. 정전, 즉 경복궁의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로 가로 30m, 세로 21m로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큰 목조 건축물입니다. 즉위식이나 왕세자 책봉, 외국 사신 접대와 같은 공식적인 행사가 있을 때 이곳에서 왕이 의식을 행하던 곳입니다. 좌우를 보시면 비석과 같은 것이 서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으실겁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좌우 대칭으로 작은 비석들이 서 있었다.

"관리들의 계급에 따라 위치가 정해져서 행사가 있을때 어디 서 있으라고 지정해 놓은 자리입니다."
".....행사 있을 때 회사 중역들 어디 앉으라고 포스트잇 붙여 놓는 것과 마찬가지인가?"
"정답."

테레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크리스였다.

"그리고 저기를 보시면 기단 아래에 커다란 솥이 하나 올려져 있는 것이 보이실 겁니다."

그러고보니 커다란 솥이 돌 계단 난간 옆에 놓여 있었다.

"드므라고 불리는 것으로 저 안에 물이 들어 있어서 불귀신이 자기 얼굴을 보고 놀래 도망가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항상 물을 저장해서 비상시에 불을 끌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나무는 잘 타니까....."
"근데 동양 건물들은 나무를 많이 썼더라구요. 서양 건물들은 돌을 많이 썼는데. 왜 그런거지?"
"아무래도 동양쪽에선 나무가 흔한 것도 있고..... 거기에 세상에 대한 관점같은 문화적 차이도 있고..... 서양쪽이 상대적으로 기후가 좋지 않은 것도 있고....."

머리를 긁적이는 크리스 박사였다.
잡학다식의 상징이라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바닥을 보시면 돌들이 거칠게 다듬어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처리를 했는지 아시겠습니까?"
"글쎄요? 관리를 안해서?"
".....거울처럼 갈려져 있으면 눈이 부실 수 있기 때문에 거칠게 다듬어 난반사를 시킨 것입니다."
"아항....."
"그리고 계단 양쪽에 동물의 조각이 있는데 해태라고 해서 올바르지 못한 사람을 보면 들이 받고, 또한 물의 힘이 있어 불을 쫓는다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광화문 앞에도 두 마리의 해태가 서 있습니다."

"저 안에 보이는 것이 왕의 옥좌입니다. 그리고 옥좌 뒤의 병풍에 그려진 그림은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라고 하여 동아시아 사상에서의 낙원을 상징하고 있으며, 만원 지폐 앞면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머리 위에는....."

고개를 들어 올리니 커다란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일곱개의 발톱을 가진 용의 그림입니다. 서양에선 용을 악마로 여겼지만 동양에선 용을 아주 신성한 존재, 왕을 상징했습니다. 그리고 용의 발톱이 많을 수록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자였을 중세엔 오직 중국 황제만이 다섯개의 발톱을 가진 용을 문장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지금 있는 벽화는 19세기 말에 그려진 것입니다."
"중세 동아시아 역사는 아주 복잡해. 중국이 워낙 힘이 세니까 주변국들은 알아서 길 수 밖에 없었지. 하지만 일방적인 압박 관계도 아니었고. 20세기말에 중국 경제의 힘이 강해지자 과거에 주변국들이 설설 기던 때가 그립다고 주변국들의 역사를 왜곡해 가르친 적도 있어. 한 마디로 깡패짓이 최고라고 자기네 학생들에게 가르친..... 실제론 그런 것이 아닌데."
"....."
"동아시아 역사책은 그래서 연구하기 곤란해. 워낙 일찍부터 '민족'에 대한 개념이 강했기 떄문에 다들 자기네가 잘났다고 역사책을 쓴 것이 많아서....."
"그러고보니 박사님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죠?"
"그래. 캠브리지에서 로마 역사를 공부하고 싶다고 유학왔다 우리 어머니와 만났지. 그 때문에 아버지에게서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


"이 건물의 이름은 자선당(資善堂)입니다. 이 일대를 동궁(東宮)이라 하며 세자의 거처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 주변에는 원래 세자의 호위대와 교육담당자들의 사무 공간이 있었지만 일제 시대에 사라지고 지금 이 건물은 1999년에 복원 된 겁니다. 그리고 동궁 북쪽에 수랏간, 즉 왕궁의 부엌이 있던 건물이 있었습니다. 한류의 대표 컨텐츠로 유명한 '대장금(大長今)'의 무대가 된 곳이 바로 이곳 일대였습니다."

"원래 대장금은 유네스코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 그러니까 조선 왕조의 모든 일이 기록된 역사서에 조그마하게 딱 한 줄 적힌 사람이었다고 하더구나. 왕에게 좋은 약을 처방해서 상을 받았다라는. 그걸 멋지게 드라마화 한 사람들이 대단한 것은 대단하지. 뭐 그렇게 역사에 잠깐만 언급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아직도 많지. 로마(ROME) 시리즈도 있고, 밴드 앤 브라더스(Band & Brothers)도 있고....."

20세기 말, 21세기 초에 전세계를 휩쓸고 간 한류(韓流, Korean Wave)는 아직도 기억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뮤지컬은 아직도 공연되고 있었다. 필립도 작년 12월에 아일랜디아에서 뮤지컬 대장금 공연을 본 적이 있었고.

"이곳은 수정전(修政殿)입니다. 이 자리엔 원래 집현전(集賢殿)이라는 왕실 연구 기관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바로 한국의 문자, 한글이 이곳에서 만들어 졌고, 그것을 기념해서 만원 지폐에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얼굴이 그려진 것입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편한 글자..... 그 목표로 만들어진 글자가 바로 한글이지. 복잡한 상형문자 기반의 중국 문자 대신 간단한 규칙만 가진 표음문자..... 문맹퇴치에 이바지한 사람들과 NGO들에게 유네스코가 상을 주는 것이 바로 세종대왕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s)이지. 대단한 사람이야. 근데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에 한국 사회가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인 적이 있지."
"어떤 일이요?"
"지금이야 사라졌지만..... 자기네가 만든 좋은 글을 놔두고 영어 교육에 미쳤다고 하더라고.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은 발음을 좋게 한다고 어린 아이에게 설소대(frenulum linguae, 혀 밑에 있는 주름)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지?"
"....에엑?!"
"그거 혀를 잘라내는 거 아닙니까?!"
"제가 알기론 어린 시절의 수술은 정신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고 알고 있는데?"

발음 좋게 한다고 수술을 해? 정신 나간거 아냐?

"몰지각한 어른들의 무지였다고 하지. 그저 시험 점수만으로 한 사람을 평가하던 초고속 성장 시대와 서구 문명에 대한 동경, 그리고 철학이 없이 돈만 중요하다 여긴 졸부들과 같은 졸부였고 그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만 바라보던 정치가들이 만들어낸 코미디. 진흙속에 보물이 묻혀 있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허상만 바라본.... 지금이야 그런 바보같은 일은 없어졌지만."
"....."
"당시 사람들이야 서구 문명이 지금처럼 퇴조 분위기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겠지. 그저 영원히 솟구쳐 오를 것이라 생각했고. 거기에 따라가고 싶은 분위기가 만든....."

22세기의 학자들은 21세기 초의 미국의 경제 위기부터 서구권의 침체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었다. 영원할 것 같이 보였던 서구식 문화가 한계를 맞이하였고, 그로 인해 아시아권에선 자기들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서구에서도 '우리의 것이 모두 옳지만은 않다'라는 사상이 생겨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동남아와 남미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고, 태평양권 사회주의 동맹(Transpacific Socialism Alliance, TSA)을 만들기까지 한 정보사회주의(Infosocialism)도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돈으로 생각하는 서구식 자본주의에 반발하여 생겨난 것이었다.

"자기 것을 잘 지켜나가면서 다른 것을 잘 받아 들여 발전시키는 것이야 말로 한 사회가 추구해야 할 목표 중의 하나지....."


"경회루(慶會樓)입니다. 왕실 연회 장소로 쓰인 건물로 20세기 초까지 만원 지폐의 뒷면을 장식하기도 한 건물입니다."
"와우~~~~"
"정말 멋있다....."

호수가 잔잔해서 건물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춰지고 있었다. 날씨도 좋았고.

"여기서는 왕과 신하들이 연회를 벌이거나 외국 사신을 위한 연회가 벌어지던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나라에 가뭄이 들면 이 호수에서 비를 기원하는 의식을 열기도 했습니다. 2004년에는 이 호수 안에서 용 조각상이 나왔는데 이것도 물의 신인 용에 대한 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선 용은 커다란 호수나 강, 바다에서 산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찰칵, 찰칵.

잠깐 사진 타임이 생기자 크리스가 모두에게 권했다.

"우리 모두 한 번 사진 찍자. 모두 모여봐라~"
"예."

"자~~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치즈~~~~"

찰칵.
필립이 들고다니는 DSLR에 모두의 모습이 경회루와 함께 담겨 들어갔다.

"여기는 향원정(香遠亭)입니다. 원래 건설시엔 없었으니 19세기에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새로 생긴 정원입니다. 꽃향기가 멀리 퍼져 나가는 정자라는 뜻이며 이 다리는 향기에 취한다는 취향교(醉香橋)입니다. 조선시대에 만든 다리 중에는 가장 긴 다리였습니다."
"정말 멋있는 정원이네요."
"여긴 별거 아닙니다. 진짜 아름다운 곳은 창덕궁(昌德宮)에 있는 창덕궁 후원입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될 정도입니다. 시간이 되시면 가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거긴 정말 가 볼 가치가 있는 곳이야. 오늘은 못 가지만, 수요일쯤에는 갈 수 있겠지?"

그 말에 필립이 마리아를 불러내었다.

[마리아, 우리 수요일에 일정 있어?]
[월요일과 화요일에 일정 있습니다. 다른 때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알겠어.]

"마리아가 아무 일정도 없다고 하니까 그냥 가도 될 것 같네요."


"저쪽 건물은 한국 역사에서..... 조금은 부끄럽고 슬픈 역사가 일어난 곳입니다."

다른 건물과 다르게 장식도 적은 평범한 목조 건물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건청궁이라는 곳으로 1873년에 궁궐내 별장으로 지어진, 왕과 왕비의 휴식 장소였고, 한국 최초의 전등이 설치된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긴 조용한 별장이 될 수 없었던 역사가 있습니다."
"어떤 역사길래?"
"당시는 조선왕조가 쓰러지고 있던 시대였고 제국주의 시대였기 때문에 외국의 간섭이 점점 심해지던 시대였습니다. 그 정치적 혼란 도중에 1895년에 친러시아계였던 당시 왕비가 일본인들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
"암살사건 말입니까?!!!"

바로 며칠 전에 암살 미수 사건을 경험했던 필립이다.
거의 도망치다시피 한국에 왔는데 암살 장소라니!

머리가 곤두서는 필립이었다.

".....일본 정부 기록 보관소에 관련 기록이 남아있는데 정말 잔인한 일이 벌어졌다고 하지. 너무나 잔인하게 죽였기 때문에..... 시간(屍姦)이 벌어졌다는 소문까지 퍼졌으니."
"!!!!!"
"얼마나 잔인했으면....."
"한 나라의 왕비가 살해되어서 시체도 남지 못해, 거기에 범인들은 강요에 의해 풀려나, 사람들 기분이 좋겠어? 결국 반일 게릴라까지 생겨나게 되었지. 한국 역사가 꼬이기 시작한 시대가 바로 이 때지. 제국주의 침략에 나라는 분열되고, 그러다가 국권까지 일본에게 뺏겨 버려서 반 노예로 살게 되고..... 야스쿠니에서 PRA 성립 당시 극렬한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고 들었었지? 16세기엔 7년동안 침략해, 19-20세기엔 40년 가까이 식민지로 있었어.....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으니까 한국인이 일본을 좋아하기 힘들어 진거지. 지금도 한일 체육 경기만 벌어지면 한국은 반드시 일본을 이겨야 한다고 난리가 난다지? PRA가 생긴지 70년이나 흘렀는데도."
"....."
"우리 영국도 비슷한 역사가 있지. 로마 멸망 이후에 앵글로색슨인이 몰려와 잘 살고 있던 켈트인을 저 험준한 스코틀랜드 지역으로 몰아내고, 16세기엔 헨리 8세 때문에 종교 문제 생겨나 스코틀랜드를 탄압하니 기분이 좋겠어? 결국 스코틀랜드는 17세기까지 자주 반란이 일어났었고..... 영화로도 있지. '브레이브 하트'라고. 북아일랜드에선 20세기 말까지 종교때문에 죽고 죽이는 비극이 벌어졌고. 결국 스코틀랜드는 독립해 버렸고."

"....."

경복궁 마지막 투어지에서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을 느끼는 필립 일행이었다.


* * *


2100.9.26 일요일
15:00

"여기는 인사동(仁寺洞)입니다."

간단히 점심을 한국 식당에서 갈비탕 -요즘 요리를 많이 배우고 있는 유리카와 켈리는 '구워 먹어야 하는 갈비를 물에 넣고 끓여???'라는 것으로 놀랬다- 으로 해결한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자유 시간이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골목으로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2035년 윌리엄 5세, 2056년 미국 하워드 대통령, 2089년 중국 양웨이 주석 같은 세계 유명 인사들이 방문했던 곳입니다. 여기서 오늘 16시까지 시간을 드릴 겁니다. 자유롭게 관광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이는 곳은 이 골목을 쭉 따라 가시면 인사동 끝이 나옵니다."
"예에~~~~"

다들 흩어지고 필립 일행이 뭉치게 되었다.

"이제 여기선 뭐 하죠?"
"여기서 할 것은 딱 하나 밖에 없어."
"?"

"보고, 먹고, 사는 거. 여기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골동품 골목이야. 주로 도자기와 고문서들이 많이 팔리는 곳이야. 여기 둘러보다 보면 좋은 거 많이 찾을 수 있다고 하니까..... 좀 사보지 그래? 지갑에 돈 많잖아?"
"지금 겨우 20만원 밖에 없는데요??"
"아니면 긁어. 이곳 사람들이 VVIP 카드 보고 기겁하는 것 구경하고 싶지 않아?"


* * *


2100.9.26 일요일
20:24
서울 남산타워

"와우~~~~"
"교토에서 봤던 것보다 더 화려하네."
"교토와 서울 사이즈를 비교하면 안되지. 거기보다 몇 배는 더 큰 도시인데."

마지막 투어로 일행이 찾은 곳은 서울 남산타워였다. 저녁도 역시 근사한 한국식 레스토랑. 뷔페식으로 되어 있어서 알아서 가져다 먹을 수 있었던 곳이었다.

지금까지 필립이 높은 전망대에 올라가서 야경을 본 곳은 이제 아일랜디아, 교토, 도쿄(원래 도쿄 타워도 갈려고 했지만 못갔음, 대신 카구야 공주와 입씨름(?) 할 때 잠깐 봤음), 그리고 서울로 늘어나게 되었다.

"참 아름답지? 이 도시에서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산다는 것이 대단하지 않아?"
"대단하긴 대단하네요. 좀 녹지가 부족하지만....."

아일랜디아에 사는 사람들이 지구에 오면 '갑갑함'을 많이 느낀다. 탁 트인 자연이 있는 아일랜디아와 좁고 녹지도 부족한 도시를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좁디 좁은 소행성대 지하 도시에 살던 필립이야 탁 트인 아일랜디아를 보고 입을 쫙 벌렸고.....

"잠깐만 구경 좀 하고 있어라. 전화 좀 하고."

잠깐 주변 사람들과 떨어진 크리스는 전화 버튼을 눌렀다.

"....유이란이냐? 공주는 어때?"


2100.9.26 일요일
20:34
서울 관악구 신림동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유이란은 전화를 끊었다.

"박사님이신데.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보셨어. 특별한 것은 없다고 했더니..... 잘 지켜보라고 하시더라고. 지금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니까 주의깊게 보라고 하셨고. 내일 저녁에 보러 오신다라고 하시니....."
"그럼 내일까진 우리가 돌봐줘야겠네. 메일로 출판사에서 번역해 달라고 왔는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할께. 언니가 돌봐줘."
"알겠어."

두 자매는 그렇게 이야기 하고는 다시 원룸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역시나 카구야 공주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카구야씨. 지루하지 않아요? 하루종일 그렇게만 있었는데?"
"괜찮아요....."

멍한 목소리로 카구야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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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브공군 | 2008/10/02 17:27 | THS Alternative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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